'또 선임 실패' KFA가 만든 '반쪽짜리' 전력강화위원회...책임질 권한이나 있을까
[OSEN=고성환 기자] 결국엔 다시 한번 임시 감독을 찾았다. 현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대한축구협회(KFA)는 20일 "오는 6월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두 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하고 임시 사령탑에 김도훈(54) 전 울산HD 감독을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5월 중순 내로 정식 감독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A매치를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음 A매치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이 되지 못했다. KFA는 제시 마시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을 모두 놓쳤다. 결국 오는 6월 6일 싱가포르 원정 경기와 11일 홈에서 치를 중국전도 정식 사령탑 없이 소화하게 됐다.
KFA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을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6월 A매치 전까지 감독 선임이 마무리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를 대비해 20일 오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 결과 6월 두 경기를 맡을 임시 감독으로 김도훈 감독을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김도훈 감독은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능력과 성과를 보여주었다"라며 "싱가포르 리그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등 현지 환경을 잘 알고 있는 점도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은 아니다. 냉정히 말해 6월에 있을 싱가포르, 중국과 2연전은 무게감이 그리 크지 않다. 대표팀은 사실상 3차 예선 진출을 확정 지은 데다가 상대도 두 수 아래의 약체다. 객관적 전력을 봤을 때 한국이 싱가포르 원정에서 패하거나 안방에서 중국에 패하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KFA가 차순위로 고려했던 후보와 접촉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하다. 월드컵까지 함께할 다음 감독을 부랴부랴 데려오는 것보단 여름 내 선임을 목표로 9월에 있을 3차 예선을 준비하는 게 현실적이다.
데드라인을 늘리면 후보군도 늘어날 수 있다. 유럽 축구는 이미 대부분 시즌을 마감했고,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와 코파 아메리카 2024도 7월 중순이면 막을 내린다. 감독들의 연쇄 이동도 잦은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KFA에도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협상에서도 5월이라는 데드라인 선언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KFA 측에서 한시가 급하다고 공개 선언을 한 만큼 시작하기도 전에 불리한 위치에 빠진 셈이기 때문. 게다가 마시 감독은 캐나다 대표팀의 관심까지 받고 있기에 더더욱 여유로울 법했다. 만약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았다면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대표팀 감독과도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데드라인 설정 여부를 떠나서 가장 큰 문제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존재 의의다. KFA 정관 제52조에 따르면 전력강화위원회는 '남녀 국가대표과 18세 이상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됐으며 '지도자의 선임과 해임 재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지금 전력강화위원회는 반쪽짜리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직접 후보를 추리고 협상을 담당하는 건 맞지만, 이 과정에서 연봉과 계약 형태를 비롯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할 권한까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독 후보와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도 나눌 수 있는 얘기가 제한적이란 이야기다.
현재 KFA의 감독 선임 프로세스는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협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감독과 접촉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본격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 관계자도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직접적인 협상 조건을 제안하기 어렵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대실패였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을 데려왔던 김판곤 전 위원장 시절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김판곤 감독의 주도 아래 모든 협상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2월 황선홍 감독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임시 감독을 맡기며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장담했으나 사실 그가 책임질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고, 대표팀 사령탑은 여전히 공석이다.
전력강화위원회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성과 협상 능력을 떠나 제대로 된 권한조차 없는 상황에선 불협화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지만, 왜 실패하기 쉬운 시스템이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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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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