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만에 벌어진 감독 공백 반년…두 번째 임시 감독까지 감수한 축협, 정말 제대로 뽑을 수 있을까?
한국 축구가 여전히 카타르의 악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언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 영입에 실패해 3월 A매치에 이어 6월까지 임시 감독 체제를 유지하면서 행정 능력에 물음표만 남겼다.
협회는 지난 20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5~6차전을 김도훈 임시 감독에게 맡긴다고 밝혔다.
협회가 지난 3월 황선홍 감독에 이어 김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긴 것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가 선정한 후보군들과 협상이 연달아 실패한 탓이다. 전력강화위는 20일 긴급 회의를 열고 감독 선임 시점을 늦추기로 결론을 냈다. 대표팀이 반 년 가까이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허정무 감독과 정병탁 감독, 고재욱 감독이 짧게 지휘봉을 잡았던 1995년 이후 29년 만의 촌극이다.
한국 축구의 안타까운 현실은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시작됐다. 전력강화위가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 경쟁을 준비하던 황 감독을 유력 후보 1순위로 올려놓았다가 1984년 LA 대회 이후 처음으로 본선행에 실패하면서 모든 것이 꼬였다. 물론, 전력강화위는 외국인 지도자들과도 접촉을 병행하고 있었으나 협상의 진행 속도를 살펴볼 때 5월 초까지 마침표를 찍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외국인 지도자들과 협상이 매끄러웠던 것도 아니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직접 현지에서 면담했던 제시 마시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과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을 1~2순위 후보로 지정해 협회 수뇌부에 보고했다. 두 지도자들의 지도력이나 이름값을 생각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문제는 협회가 이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조건에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새 감독에게 지불할 수 있는 연봉은 세후 250만 달러(약 34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마시 감독이 리즈에서 받았던 대우의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보니 월드컵 개최국인 캐나다에 밀렸고, 카사스 감독은 협상 줄다리기 끝에 이라크 잔류를 선언했다.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은 “연봉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동행 등 여러 가지 여건을 맞추는 게 쉽지는 않다”며 “협회가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될 것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후보군을 준비했으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거센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새 감독을 뽑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유럽 축구가 막을 내리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도자들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직후 새 도전에 나설 이들이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협회가 9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를 유지하지 않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감독과 협상에서 번번이 실패한 수뇌부가 계속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후보군을 물색하는 전력강화위에 전권을 줄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실망만 쌓여가는 협회가 이번엔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축구계 전체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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