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개막해 30개 팀이 파이널 우승을 위해 7개월여 동안 힘차게 달려온 2023~2024 미국 프로농구(NBA). 이제 양대 컨퍼런스 결승(7전4승제)에 진출한 딱 4개 팀만 남았다. 동부에서는 정규리그에서 동서부 통틀어 전체 승률 1위(64승18패)에 오른 보스턴 셀틱스와 동부 6위에 불과했지만, 상위 시드팀들을 연달아 꺾고 올라온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22일(이하 한국시간) 보스턴의 홈인 TD가든에서 1차전을 치른다. 서부에서는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1,2번 시드팀들인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와 덴버 너기츠를 꺾고 올라온 댈러스 매버릭스와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서부 패권 놓고 23일부터 다툰다.
◆ 동부 : 전통의 강호 보스턴 VS 돌풍의 인디애나
보스턴은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함께 파이널 우승 17회로 역대 최다 우승팀에 올라있는 최고 명문팀이다. 2021~2022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3년 연속 컨퍼런스 결승 진출에 성공할 정도로 최근에도 명문 팀다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마지막 파이널 우승은 2007~2008시즌이다. 2년 전인 2022~2023시즌 파이널에선 스테픈 커리가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2승4패로 패퇴한 바 있다.
보스턴은 올 시즌을 앞두고 백코트 최고의 수비수 즈루 할러데이, 신장 2m21의 ‘유니콘’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를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여기에 자체 생산 ‘원투펀치 듀오’인 제이슨 테이텀(2017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과 제일런 브라운(201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이 올 시즌에도 여전한 생산력을 뽐내면서 정규리그 내내 승승장구하며 전체 승률 1위를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 1,2라운드도 내리 4승1패로 쉽게 뚫어내고 온 만큼 이번 컨퍼런스 결승에서도 객관적 전력에선 한 수 위를 자랑한다.
다만 보스턴에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에이스인 제이슨 테이텀의 야투 감각이 플레이오프 들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 전에도 플레이오프만 되면 정규시즌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성적을 보여왔던 테이텀이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엔 47.1%의 야투율과 37.6%의 3점슛 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26.9득점 8.1리바운드 4.9어시스트로 팀 리더 다운 활약을 펼쳤지만, 상대 수비 견제가 한층 더 심해지는 플레이오프에선 10경기에서 야투율 43.0%, 3점슛 성공률 28.1%로 뚝 떨어졌다. 평균 득점 역시 24.3점으로 하락했다. 워낙 뛰어난 팀 동료들 덕분에 플레이오프 1,2라운드는 쉽게 뚫어냈지만, 컨퍼런스 결승에선 결국 에이스인 테이텀이 동료들을 이끌어줘야 하는 입장이다. 테이텀이 이번 컨퍼런스 결승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해준다면 전력 우위에도 불구하고 인디애나에게 고전할 수 있다. 여기에 부상으로 플레이오프 초기에 낙마한 포르징기스가 컨퍼런스 결승 초반에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만성적인 높이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인디애나는 이번 NBA 플레이오프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다. 컨퍼런스 결승에 오른 4팀 중 가장 낮은 정규리그 승률을 기록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플레이오프 1,2라운드에서 3번 시드 밀워키 벅스와 2번 시드 뉴욕 닉스를 연거푸 누르고 24년 만에 컨퍼런스 결승 무대에 올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대 핵심 선수들의 부상(야니스 아테토쿤보, 제일런 브런슨)이라는 행운이 겹쳤지만, 이를 이겨낸 것도 인디애나의 저력이라 할 만하다.
인디애나는 포인트가드이자 에이스인 타이리스 할리버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팀이다. 할리버튼의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못하면 팀 전체 공격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스턴에는 백코트 최고의 수비수인 할러데이뿐만 아니라 스크린&스위치로 할러데이를 벗겨내도 데릭 화이트, 브라운, 테이텀 등 수준급 수비수들이 넘쳐난다. 할리버튼이 상대 수비의 집중견제를 얼마나 잘 이겨내며 팀 공격을 이끄느냐에 따라 1999~2000시즌 이후 처음으로 팀 역사상 두 번째 파이널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부 : 돈치치 VS 에드워즈 ‘서부 최고의 영건을 두고 한판 승부’
서부 컨퍼런스 결승은 두 팀을 이끄는 젊은 리더인 루카 돈치치와 앤서니 에드워즈 간의 서부 컨퍼런스 최고 영건을 가리는 명승부가 기대된다.
2018~2019시즌부터 NBA에 뛰기 시작한 슬로베니아의 ‘농구 천재’ 루카 돈치치는 2022~2023시즌 이후 두 번째 컨퍼런스 결승이다. 당시엔 커리의 골든스테이트를 만나 5경기만 1승4패로 패퇴하며 파이널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경기당 평균 33.9득점 9.8어시스트 9.2리바운드로 득점왕에 오름과 동시에 전방위적인 활약을 보였던 돈치치는 플레이오프에선 야투율(48.7%→42.3%)과 3점슛 성공률(38.2%→30.1%)이 정규리그에 비해 꽤 떨어지며 득점도 27.3점으로 떨어져있다. 미네소타에는 빼어난 수비수인 제이든 맥다니엘스가 돈치치를 전담마크할 것으로 예상돼 슈팅 관련 수치는 컨퍼런스 결승에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댈러스 공격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돈치치다. 다만 다른 것이 하나 있다.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사 본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승부사’인 카이리 어빙이 돈치치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는 것. 7전4승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3승을 먼저 거둔 팀이 맞이한 시리즈 끝내기 경기를 ‘클로즈아웃 게임’이라 부르는데, 어빙은 클로즈아웃 게임에서 무려 14전 전승을 기록할 정도로 역대 최고 수준의 강심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어빙이 있기에 미네소타로선 돈치치에게 함부로 더블 팀 수비를 가할 수 없다. 그랬다간 어빙에게 크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치치 역시 클러치 상황에선 두 말할 나위 없이 뛰어난 모습을 보이기에 미네소타와의 컨퍼런스 결승이 접전 상황으로 치러지게 되면 댈러스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댈러스의 장점이 돈치치-어빙의 ‘멀티 볼핸들러’ 전술이라면 미네소타의 특장점은 루디 고베어가 지키는 골밑이다. 고베어의 영입으로 센터에서 파워포워드로 전향한 칼 앤서니 타운스까지 미네소타는 두 명의 빅맨을 코트 위에 함께 세우는 ‘트윈 타워’ 전술을 구사한다. 스피드와 공간 창출이 일반화된 현대농구의 트렌드에는 반하는 전술이지만, 미네소타가 이런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득점에 특화된 에이스인 앤서니 에드워즈가 있기 때문이다. 2020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인 에드워즈는 이제는 미네소타를 넘어 NBA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했다.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25.9점을 넣었던 에드워즈는 플레이오프 들어 정규리그보다 한층 더 높아진 야투율(46.1→50.4%)과 3점슛 성공률(35.7%→39.8%)을 자랑하며 28.9점을 넣으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결국 서부 컨퍼런스의 희비는 돈치치-어빙과 에드워즈 간의 클러치 해결능력이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