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월 1000만원 배달 알바’ 나섰다가 마약범 되는 아이들

조연우 기자 2024. 5. 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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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9)씨는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마약 조직은 유통 과정에서 적발을 피하기 위해 A씨와 같은 '드라퍼(dropper·마약 운반책)'를 중간에 끼워 넣는 게 보통이다.

마약 드라퍼는 온라인 광고처럼 단순한 배달 업무도 아니고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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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우

A(19)씨는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월 1000만원 배달 알바’라는 온라인 광고가 화근이 됐다. 광고에는 ‘오토바이 면허를 가진 10대 학생을 우대한다’ ‘업무가 과하지 않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A씨에게 주어진 일은 평범한 물건 배달이 아니었다. 마약 판매자가 구매자를 위해 약속된 장소에 마약을 숨겨 두는 ‘마약 던지기’ 수법에 동원된 것이다. 마약 조직은 유통 과정에서 적발을 피하기 위해 A씨와 같은 ‘드라퍼(dropper·마약 운반책)’를 중간에 끼워 넣는 게 보통이다. 텔레그램 등에는 드라퍼를 모집하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는 등산로에서 대마, 코카인 등이 담긴 비닐 봉지를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고 한다. 그는 변호사에게 “‘고액 알바’ 모집 글을 봤을 때 이상하긴 했지만 학생 신분으로는 1시간에 최저시급 1만원도 못 버는데 웬걸 싶었죠”라며 “마약을 운반하는 일인 줄은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뒤늦게 알게 됐을 때도 직접 약을 투약하는 것도 아닌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중범죄인 줄 몰랐죠”라고 했다.

마약 드라퍼는 10대 청소년도 많다고 한다. 수사 기관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지면 징역 5~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마약 판매는 여러 사람을 마약 투약으로 이끄는 범죄이기 때문에 중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한 경찰관은 “드라퍼 대부분은 자신들이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으니 범죄가 돼도 가벼운 처벌만 받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신세 망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의 ‘마약·보이스피싱 사범 범죄 유형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 1만2700명 중 드라퍼를 포함한 판매 사범은 총 3605명(28.4%)이다.

마약 드라퍼는 온라인 광고처럼 단순한 배달 업무도 아니고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특히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 소년들을 꾀어 드라퍼가 되게 하는 악질 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마약 조직이 드라퍼를 ‘꼬리 자르기’ 하면서 수사망에서 빠져나가는 일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마약 범죄가 늘어나면서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마약과의 전쟁’을 멈춰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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