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첫 회의…"물가 폭등 반영돼야" vs "영세업체 벼랑 끝"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오늘(21일) 시작됐습니다.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 원대에 올라설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최저임금 수준과 업종별 구분을 둘러싸고 노사가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이며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예고했습니다.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늘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지난 3월 29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출한 내년 최저임금 심의요청서를 접수했습니다.
1시간 40분가량 이어진 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 분석, 임금 실태 분석 등 기초자료를 산하 전문위원회에 심사 회부하는 등 심의 절차를 공식 개시했습니다.
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으로는 공익위원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표결 없이 선출됐습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운영하고, 노사가 배려와 타협의 정신으로 최대한 이견을 좁혀 합의할 수 있게 심의를 진행하겠다"며 "합리적으로 전문적인 심의가 이뤄지도록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간사 격인 운영위원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와 하헌제 최저임금위 상임위원(이상 공익위원),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과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상 근로자 위원),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와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이상 사용자 위원)이 맡았습니다.
이번 심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이 처음으로 1만 원을 넘어설지가 주목됩니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860원으로, 1만 원까지는 140원(1.42%)만을 남겨놨습니다.
아직 노사는 최초 요구안을 결정하지 않았는데 노동계는 물가 상승을 감안한 큰 폭의 인상을, 경영계는 소규모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동결을 최초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류기섭 근로자위원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저율 인상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저임금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내수 중심의 경제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은 필수"라고 말했습니다.
이미선 위원도 "최저임금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생명 임금"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의 최소 수준 인상, 물가 폭등으로 하락한 실질임금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사용자 측의 류기정 위원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재료비 상승, 인건비 부담 증가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호소를 많이 하고 있다"며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누적되면서 현장의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며 주장했습니다.
이명로 위원도 "저임금 근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임금 지급 책임이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경영실적 악화라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책임지라는 것은 가혹하다"며 "영세 사업주의 지급 능력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을 놓고도 노사가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류기정 위원은 "일부 업종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너무 높아서 수용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최저임금 수준 안정과 더불어 업종·지역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구분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사회적 요구"라고 말했습니다.
이명로 위원도 "작년 편의점,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의 구분 적용에 대해 기초조사를 했으니 올해는 가사서비스업을 포함해 세부적인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반면 근로자 측의 류기섭 위원은 "최저임금을 더 이상 차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길 바란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 수습노동자 감액 적용 등 시대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법의 차별 조항을 위원회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계는 이번 13대 최저임금위원으로 재위촉돼 공익위원 운영위원을 맡게 된 권순원 교수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미선 위원은 "(권 교수는)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을 외면하고 소통의 어려움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권 교수는 교육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이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이 위원은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생중계해 전체 공개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권 교수는 자신의 모두 발언 차례에 "오늘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발언하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이후 여러 차례의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을 순차적으로 심의하게 됩니다.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나 대체로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해엔 7월 19일에야 결정됐습니다.
2차 전원회의는 다음 달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립니다.
(사진=연합뉴스)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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