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금지, 대통령 몰랐다?···야권 “대통령 패싱인가, 꼬리 자르기인가”

이유진 기자 2024. 5. 2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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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는 장식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책상 위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적힌 명패를 둔 채 취임 2주년 국민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통령실이 ‘국가인증통합마크(KC) 미인증 해외직구 차단’ 정책을 사흘 만에 철회하며 ‘대통령은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하자 “대통령 패싱 혹은 꼬리 자르기”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논란이 된 직구 대책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마련돼 윤 대통령은 이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민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을 대통령이 몰랐다니 국기문란의 아마추어 정부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만 5세 학제 개편, 주 69시간제 등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이 일면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의 못된 버릇이 또 도졌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의 책임은 없으니 따지지 말라는 것이냐. 윤 대통령의 책상에 있다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명패는 그냥 장식일 뿐이냐”며 “느닷없는 직구 금지 정책도 어이없지만 대통령실의 꼬리 자르기식 회피가 국민을 더 화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국민 그 누구도 믿지 못할 얼토당토않은 변명에 실소만 나온다”며 “정말 몰랐다 해도, 대통령이 14개 부처가 참여해 결정한 정책을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것은 이 정부가 대통령을 패싱하고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국기문란 정부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배수진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 패싱인가, 아니면 여론이 무서워 꼬리 자르기를 하는 건가”라며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 윤 대통령이 아니라면 누가 보고받고 누가 결정을 했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배 대변인은 논란이 불거진 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이 해명과 사과를 내놓은 것을 두고는 “불통의 마이웨이 정부가 이렇게 신속 대응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라면서도 “아니나 다를까 ‘윤 대통령이 이번 정책을 직접 보고받지는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어안이 벙벙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말대로 대통령 패싱이라면 중대한 감찰 사항”이라면서 “이 뜬금없고 설익은 정책의 입안, 수립, 발표, 철회, 해명과 사과의 전 과정을 빠짐없이 조사해 낱낱이 공개하라”고 했다. 배 대변인은 그러면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따르면 당정 협의도 없었다는 것인데, 집권 여당도 모르고 대통령도 모르는 정부 정책이 어떻게 탄생하고 국민 혼란만 일으키게 된 것인지 소상히 밝히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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