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반란, 주전도 아닌 '식스맨'에 매료된 미네소타
19일(현지 시각) 미국 콜로라도주(州) 덴버 볼 아레나, 경기 종료 3분 52초를 남긴 4쿼터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덴버 너게츠를 87대 82로 앞서고 있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서부 콘퍼런스 결승 진출을 놓고 양팀 모두 3승3패를 기록하며 7차전까지 온 터라 피를 말리던 상황,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니콜라 요키치(덴버)가 골대 밑에서 슛을 시도했다. 그 순간 앞에 섰던 미네소타 11번 선수가 손으로 막아냈고(블록), 이어진 역습에서 미네소타가 쏘아 올린 3점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다시 한번 미네소타 11번 선수가 요키치를 눈앞에 두고 덩크슛을 꽂았다. 경기는 미네소타가 기세가 꺾인 덴버를 98대 90으로 제압하며 끝났다. 미네소타가 서부 콘퍼런스 결승에 진출한 건 지난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미네소타 11번 선수의 이름은 나즈 리드(Naz Reid), 현재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나 스테판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같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보다 팬들의 인기를 받고 있다. 이 선수는 미네소타의 주전 선수도 아닌 교체 선수를 뜻하는 식스맨이다. 그런데 미네소타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수백명이 이 선수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는 등 신드롬을 일어나고 있다.
리드의 열풍은 ‘언더독의 반란’의 결과로 압축된다. 언더독이란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 또는 선수를 말한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출신의 리드는 2019년 NBA 팀에 뽑히기 위핸 드래프트에 참여했지만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는 실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NBA 하위리그인 G리그에서 뛰다 마침내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다. 데뷔 첫해인 2019-2020 시즌 평균 9득점, 4.1리바운드를 기록해 NBA에서 선수생활을 계속하게 됐는데, 성적은 날로 일취월장해 이번 시즌 평균 득점 13.5점, 5.2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올해의 식스맨상을 거머쥐었다. 풀타임을 뛰어도 내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리드는 NBA 역사상 신인 드래프트에 뽑히지 못하고 식스맨상을 받은 통산 세 번째 선수가 됐다. 미네소타는 2004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케빈 가넷이 이끌며 서부 콘퍼런스 결승 진출 이후 약체로 전락했다가 이번에 부활했는데, 이 모습이 리드와 묘하게 겹치면서 팬들의 사랑을 차지하게 됐다. 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유망주였던 그는 드래프트 날 밤 전화를 받지 못했고 신인 시절 몇 분도 뛰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언더독 같은 존재로 미네소타를 대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 승리 역사를 써내려가는 리드에게 팬들은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팀은 리드를 위해 그의 이름이 새겨진 수건을 판매하는 비치 타월 프로모션을 했는데 이번 시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SI는 미네소타의 미니애폴리스 ‘파크웨이 피자’가 입구에 “나즈 리드를 사랑한다면 경적을 울려주세요”라는 표지판을 내걸어 시끄러운 교통 체증을 유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팬들은 자신들의 몸에 경쟁적으로 리드의 이름을 새기고 있기도 하다. 미네소타의 한 타투 아티스트는 덴버와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리드의 이름을 타투로 생기고 싶은 사람은 와라. 20달러만 받는다”고 글을 올렸다. 이후 18세부터 82세까지 모든 연령대의 남녀 160여명 이상이 와서 ‘Naz Reid’라고 문신을 새겼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네소타의 모든 경기를 관람하는 제랄딘 매니라는 82세 할머니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문신을 새겼는데 그게 ‘나즈 리드’였다. 23세 잭슨 허스트는 아빠, 엄마와 함께 리드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 넣으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드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22일 강호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1차전이 시작된다. 리드는 WSJ에 “우승을 하면 팀 동료들에게도 문신을 하라고 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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