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설의 일침 “성공 가져온 ‘활동적 관성’ 못 벗어나면 망한다” [컨퍼런스G 2024]

허인회 기자 2024. 5. 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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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선임 교수
“성공한 한국기업 위협하는 안일함…변화해야 살아남는다”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5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이 주최 '컨퍼런스G 2024'에 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선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도널드 설(Donald Sull)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선임교수가 "과거의 성공 공식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안일함과 활동적 관성에서 벗어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가장 주목하는 경영학 구루인 설 교수는 21일 시사저널이 '넥스트 차이나-한국의 선택'를 주제로 주최한 '컨퍼런스G 2024'에서 "전략적 공약의 경화가 결국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설 교수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리더들이 설정하는 전략적 공약(Strategic commitment)를 주목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봤을 때 △경쟁자 등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 △제품 개발, 제조, 리더십 등을 총칭하는 능력 △공장, 부동산 혹은 지적재산권(IP), 특허권 등 유·무형의 자산 △주주, 공급업자, 규제당국 등과의 관계 △가치 등의 문화 등 5가지의 전략적 공약(Strategic commitment)이 주효했다는 것이 설 교수의 설명이다.

설 교수가 주목하는 점은 이같은 전략적 공약이 시간이 지나면 굳어지게 되고 변화에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략적 공약에 갇혀버린 사례는 무수히 많다. IBM의 '메인프레임' 컴퓨터 출시를 바라본 왓슨은 메인프레임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하고 있던 IBM를 따라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왓슨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개인컴퓨터 시대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메인프레임'이란 프레임에 갇혀 '개인컴퓨터'라는 프레임 밖의 일을 등한시한 것이다.

북미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도 비슷한 사례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설립 초기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다윗에 불과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받고 원하는 영화를 배송해주는 전략을 택했다. 블록버스터 역시 넷플릭스의 위협을 인지했다. 하지만 쉽사리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북미 전역에 퍼져있는 대여점주들의 관계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설 교수는 "블록버스터가 성공하는 데 밑거름이 됐던 점주들이 나중에 블록버스터의 발목을 잡았다"며 "관계가 족쇄가 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5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이 주최 '컨퍼런스G 2024'에 도널드 설 MIT 슬론 경영대학원 선임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한국 기업에 가장 큰 위협, 안일함"

설 교수는 "전략적 공약의 경화가 결국 기업을 망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성공을 이끈 전략적 공약이 시간이 지나면서 경화되는 사이 소비자 선호도나 기술은 변화한다. 기존 성공을 거둔 기업들도 이와 같은 외부의 변화를 인지한다는 것이 설 교수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은 '안일함'과 '활동적 관성' 때문에 변화하지 못하고 기존의 전략적 공약을 유지하게 되고 결국 망하는 길로 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설 교수는 "기업들은 전략적 공약을 기반으로 변화 없이 열심히 일한다"며 "이는 차의 바퀴가 바위에 껴 있어도 가속페달을 밟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는 "한국 기업에 가장 큰 위협은 결국 과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일함"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내세운 것은 '다양성'이다.

설 교수는 삼성과 대우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1980~90년대 비등하게 경쟁했던 삼성과 대우가 훗날 차이를 만들어 낸 가장 큰 이유는 조직 다양성이라고 꼽았다. 그는 "대우는 당시 프랑스 문화를 따라가면서 관계가 좋은 사람들을 채용했다"면서 "대우와 비교하면 삼성은 경기고, 서울대 출신이 덜했다"고 봤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변화에 대해 지적해야 한다는 의미다.

설 교수는 안일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변화에 뒤처질만한 행동을 했을까', '우리의 여러 실험들이 이목을 끌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을 해야 한다"며 "'왜 우리가 행동하지 않았을까'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설 교수는 "변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편안한 현재를 유지하며, 안일하게 행동하는 것이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힘줘 말했다.

[편집자주] 시사저널은 2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컨퍼런스G 2024'을 개최했다. 12주년을 맞이한 올해 컨퍼런스G의 주제는 '넥스트 차이나-한국의 선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넥스트 차이나'는 세계 경제 환경 격변기 맞는 지금, 우리의 가장 시급한 대응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컨퍼런스G 2024는 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올해도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석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우리 기업들을 더욱 경쟁력 있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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