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일주일 앞둔 우주항공청 가보니…"뉴스페이스 시대 열겠다" 포부
20일 경남 사천공항에서 해안선 도로를 따라 차로 10분 가량 이동하자 우주선처럼 높이 솟은 한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고층건물이 없어 도드라져 보였다. 27일 공식 개청하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로 개청 1주일을 앞두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며 막바지 공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임시청사로 사용되는 아론비행선박산업 건물 출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사천만해가, 오른쪽에는 국내 항공 부품 회사들이 집결한 산단 시설 사천제2일반산업단지가 보였다. 이재형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천 지역에 형성된 우주, 항공 회사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개청 1주일을 앞두고 찾은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는 대규모 인력을 수용할 사무실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전용면적 4860제곱미터(㎡)에 9층으로 이뤄진 청사에는 총 600명이 근무할 수 있다. 개청 초기에는 100여명이 우선 일하게 된다. 이 단장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아 다소 어지럽지만 업무 개시일인 27일에는 인력들이 문제없이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8개 층을 사용하는 우주항공청은 기존 계획된 조직도에 따라 공간 분배가 이뤄졌다. 각 부문장은 여러 개의 층에 나눠서 배치됐다. 인공위성부문장, 우주과학탐사부문장, 항공혁신부문장은 3층을 사용하며 우주수송 부문장은 4층을 쓴다. 우주항공청장과 차장, 본부장은 7층에 자리를 잡는다.
직원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도 확충된다. 1층에는 구내식당과 편의점 등이 입점될 예정이며 8층에는 체력단련 시설이 조성된다. 아직 청사 주변에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변에 상가 등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청사 안에 편의시설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주변에는 당장 상가단지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를 따라 들어선 식당은 차로 3분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관계자는 "식당가나 편의점은 도보로 15~20분 정도 거리에 있다"며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최대한 청사 주변에 우선 인프라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뒷편에는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사천시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뿐만 아니라 항공산업국가산단 등에 입주할 직원들의 수요를 고려한 주거시설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항공청임시청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는 직원들에게 지원되는 관사 아파트가 있었다.
이번에 입주하는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아파트단지는 총 2곳이다. LH 주택공사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층수는 높지 않지만 작지는 않은 단지 규모를 갖고 있었다. 아파트 내부에는 어린이집 시설도 볼 수 있었다. 또 다른 관사로 인근에 위치한 민간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9월 첫 입주가 시작된 신축 아파트다. 수도권의 아파트와 같이 쾌적한 단지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과기정통부와 사천시는 우주항공청 직원을 위해 240채의 공동주택을 임차했다. 단신이나 독신 가구에는 59㎡(24평형)형이 제공되며 가족을 동반한 가구에는 76㎡(29평형)형이 지원된다. 아파트 입주를 원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1가구당 월 최대 75만원의 주택지원금이 지급된다. 아파트의 경우 계약기간이 2년 단위로 갱신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주항공청 본청이 설립될 때까지 임시청사를 사용할 계획이다. 부지 선정부터 건축기간을 고려하면 길게는 5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까지는 월세 7000만원을 내고 2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게 된다. 사천시 관계자는 "사천시 인근 비슷한 규모의 건물 임대료와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의 임대료로 계약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모에 참여한 아론비행선박산업 측에서 예상보다 저렴한 가격에 입찰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5년으로 정해진 간부급 이하 우주항공청 연구직의 계약 갱신 주기가 주거환경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형 단장은 "주거지원의 경우 개청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지원책을 적용하다가 나중에는 각 직원이 직접 주택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자리잡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변 인프라의 발전을 위해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의 입법을 추진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이 법은 사천지역 일대를 우주항공복합도시로 건설하고 이에 필요한 도로,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단장은 "정주여건의 경우 당초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사천시와 협업 등을 통해 직원 이주정착금(지역화폐로 지급), 가족 이주정착금(최대 800만원, 1회), 자녀장학금(1인 월 50만원, 2년), 양육지원금(1인 월 50만원, 2년) 등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사천=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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