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청 개청 앞둔 사천 가보니…살 집은 마련됐지만 숙제 산적
직원 거주 아파트 230여채 마련
큰 병원 멀어 장거리 이동 불가피
재정 지원 대부분 ‘2년 한도’ 한계
지난 20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앞에 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탁 트인 바다였다. 청사에서 불과 50m 떨어진 지점에 기다란 해안이 펼쳐져 있었다. 코로는 짠 내음, 귀로는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가 실려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날 언론에 공개한 청사에서는 막바지 실내 공사가 한창이었다. 책상 배치는 끝났지만, 벽면에는 포장재가 뜯기지 않은 대형 복사기가 모여 있고, 책상 근처에는 뒤집힌 의자가 놓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공사가 끝난 구역부터 청소가 바쁘게 진행 중이었다.
오는 27일 개청할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는 아론비행선박산업에서 임차했다. 총 9개층 가운데 8개층을 우주항공청이 쓴다. 3~5년 뒤쯤 사천시 내에 정식 청사를 지어 옮길 계획이다.
그동안 과학기술계에서 우주항공청과 관련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정주 여건’이었다. 우선 과제는 타지에서 이사 올 우주항공청 직원들이 살 집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이날 언론 대상 브리핑을 통해 과기정통부와 사천시 등이 내놓은 방안을 보면 주택 대책은 대체로 촘촘히 세워져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사천과 진주에 아파트와 원룸 형태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 주택 180여가구, 사천시는 시내에 민간 아파트 50가구를 우주항공청 직원에게 무상 제공한다. 공실 중인 가구를 활용했다. 우주항공청 직원이 총 293명이고, 이 가운데 52명은 제주도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청사에서 일한다면 살 집이 제공된다는 뜻이다.
이날 직원들이 거주할 한 아파트 단지에 찾아가 보니 주차장 출입구에 ‘우주항공청 임직원 여러분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우주항공청 직원이 주택 구매나 전세 계약을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면 사천시에서 대출 이자의 90%를 지원한다. 이숙미 사천시 우주항공과장은 “월세를 매달 최대 30만원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경남도에서는 우주항공청 직원 대상의 현금 지원 계획을 추진한다. 자녀 1인에게 매월 50만원을 지급하는 장학금을 포함해 4인 가족 기준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한다.
이처럼 과기정통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주항공청 직원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계도 나타난다.
공급될 아파트 크기가 주택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아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면적 84㎡보다 작다. 과기정통부가 제공하는 사천 시내 임대 아파트는 전용 면적이 46㎡, 51㎡다. 사천시가 제공하는 민간 아파트는 59㎡, 76㎡다.
대부분의 큰 병원이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곳에 있다. 승용차 기준 우주항공청 청사에서 진주 경상국립대병원까지는 30분(19㎞)이 걸리지만, 창원 경상국립대병원까지는 1시간 10분(86㎞)을 달려야 한다. 양산부산대병원은 120㎞ 떨어져 있어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사천이 아닌 진주에 마련된 우주항공청 직원용 주택에서 출발한다면 이동 시간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반경 10여㎞에 대학병원이 밀집한 수도권과는 격차가 크다. 응급 진료나 대학병원 통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경남도와 사천시가 시행할 정착금 제공, 민간 아파트 거주 지원, 월세 지급 등 핵심적인 재정 프로그램 대부분이 2년 한도라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우주항공청에서 일할 임기제 공무원 기본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지원 기간이 짧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재형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 지역 혁신의 모델을 갖춰가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며 “경남도, 사천시와 함께 우주항공복합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천 |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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