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 진심 KCC… 鄭회장님의 ‘수고했다’ 한마디 듣고 싶었는데”

정세영 기자 2024. 5.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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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농구우승 전창진 KCC감독
“회장님과 함께 못해 가슴 아파
선수들 아끼는 KCC에 감동
내년에 또 우승해 보답할 것
팬들의 ‘고맙다’ 인사에 뭉클
참 잘한 감독으로 기억 되고파”
KCC의 전창진 감독이 2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KCC 구단 체육관 농구코트 골 밑에서 농구공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백동현 기자

용인=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전창진(61) KCC 감독은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라건아, 이승현, 허웅, 최준용, 송교창 등 주전 전원을 올스타급으로 꾸린 KCC는 정규리그를 5위로 마쳤다.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고 공격력이 강했다. 하지만 부상이 잦았고, 수비가 흔들리곤 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에선 승승장구했고, 지난 5일 끝난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KT를 4승 1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KCC는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패권을 탈환했고, 전신이던 현대 시절을 포함해 통산 6번째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 5위가 챔프전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챔피언결정전에서만 4차례 우승을 차지한 전 감독은 2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KCC 구단 체육관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과거 우승과는 달랐다. 예전에 우승했을 땐 끝나고 숙소에서 지쳐 쓰러지기 바빴는데, 이번엔 ‘다행이다’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사실 이 멤버 구성으로 우승하지 못하면 감독 자격이 없는 것이다.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할 때 최형길 단장에게 ‘그만두겠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승의 기쁨보다 안도감이 들었던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최근 부산에서 열린 우승 기념행사 ‘팬 페스타’ 이야기가 나오자 눈시울을 붉혔다. 전 감독은 “3400여 명이 오셨다. 행사를 마치고 하이파이브를 함께 나누는 시간에 모든 팬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을 팬들이 해주시니 가슴이 뭉클했다. ‘팬분들이 진짜 이렇게 오래 우승을 기다렸구나’, ‘부산 팬들은 진짜 이 스포츠에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부산 팬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우승 후 최 단장, 이상민 코치 등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선영을 찾았다. 전 감독은 “우리가 우승하는 장면을 정 명예회장님이 보셨으면 얼마나 기쁘셨을까.

정 명예회장님은 마북리 구단 체육관에 일주일에 세 번씩 오셨고, 농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비로 해결해주셨다. 명예회장님이 우승을 못 보고 돌아가신 게 가슴 아프다. 회장님으로부터 ‘수고했다’는 한마디 듣고 싶었는데…”라고 했다.

모기업인 KCC의 ‘농구사랑’ 일화도 공개했다. 전 감독은 “지난해 이상민 코치가 팀에 합류했을 때다. 정몽진 회장, 최 단장, 저, 이 코치가 함께 정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그때 정 회장께서 ‘아버지, 상민이가 돌아왔어요’라고 말씀하셨다. 2007년 보상선수로 어쩔 수 없이 이 코치를 내보내게 했던 게 늘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저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KCC는 진짜 농구에 진심이구나’라고 생각했다. KCC는 농구선수 한 명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선수단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스타일이어서 코트 안팎에서 ‘간섭’이 무척 많은 편이었다. 특히 자기관리에서 허점이 드러나면 불호령을 내렸다. 별명은 호랑이 감독.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전 감독이지만,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유해졌다’다. 전 감독은 훈련의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건 참모인 코치들에게 맡기고 있다. 전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다. 감독 한 명의 의견보다 선수들의 뜻을 100% 수용하는 게 옳다. 예전엔 선수들을 딱 묶어놓고 다 똑같이 지도했다. 지금은 다르다. MZ세대 선수들의 말은 다 들어준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진화했듯이 저도 변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과 KCC의 계약은 다음 시즌을 마치고 종료된다. 전 감독은 이번 우승 뒤 은퇴하려고 했지만, 구단의 설득에 계약 기간을 채우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전 감독은 “계약 기간이 3년이니 3년 동안 진짜 열심히 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내년 이맘때에도 좋은 성과를 거둬 하늘에 계신 정 명예회장님, 그리고 농구를 사랑하는 KCC 관계자들, 팬들을 다시 한 번 더 기쁘게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전 감독은 “이제 KBL에 젊은 감독들이 많고, 젊은 감독들과 싸우는 게 너무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물론 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전 감독은 “‘전창진이가 감독하면서 참 잘했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무리 잘했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다음 시즌을 철저히 준비해 정규리그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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