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 슬롯, ‘포스트 클롭’으로 선택된 클롭 복사판 [EPL 와치]
[뉴스엔 김재민 기자]
리버풀이 아르네 슬롯 감독 체제로 '포스트 클롭' 시대를 시작한다.
공식 발표만 없었을 뿐 슬롯 감독의 리버풀행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리버풀을 9년간 이끌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이미 지난 1월 시즌 종료 후 사임한다고 밝혔다. 리버풀은 빠르게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 착수했고, 지난 4월 이미 페예노르트와 위약금 협상을 진행하며 슬롯 감독 선임을 마무리 단계까지 이어간 상태였다. 슬롯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직접 자신이 다음 시즌 리버풀이 감독이 될 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열린 리버풀과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프리미어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고별전 행사를 치른 클롭 감독은 직접 슬롯 감독의 응원가를 부르며 자신의 후계자를 맞이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그리고 리버풀은 20일 슬롯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하며 새로운 시대를 시작했다.
1978년생 네덜란드 출신인 슬롯 감독은 최근 2020년대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차세대 명장 후보 중 한 명이었다. 2016년 캄부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슬롯 감독은 2019년 AZ 알크마르 시절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AZ는 슬롯 감독 체제로 치른 2019-2020시즌 리그 준우승으로 2008-2009시즌 리그 우승 이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슬롯 감독은 이듬해 비밀리에 페예노르트와 협상을 진행한 것을 들키며 AZ에서 쫓겨나듯 떠나야 했다. 그렇게 이직한 페예노르트에서도 지도력은 돋보였다. 부임 첫 해인 2021-2022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결승에 올랐고, 2022-2023시즌에는 페예노르트를 6년 만에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직전 시즌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결승 진출에 기여했던 주축 선수가 절반 이상 떠났음에도 거둔 성과였다. 이번 시즌도 리그 준우승과 KNVB컵 우승을 따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네덜란드 무대에서 성과를 보인 슬롯 감독은 지난 2023년 여름에도 프리미어리그 빅클럽과 연결된 적이 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경질한 후 임시 감독 체제로 시즌을 마쳤던 토트넘이 슬롯 감독과 강하게 연결됐다. 그러나 슬롯 감독은 토트넘행을 거절했고, 페예노르트와 네덜란드 축구 역대 최고 연봉 조건에 재계약하면서 잔류했다.
그랬던 슬롯 감독이 1년 후 리버풀 감독직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리그 8위까지 추락했고 해리 케인의 이적도 확실시돼 대규모 리빌딩이 필요했던 토트넘과 달리 리그 3위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낸 리버풀은 이직을 준비하는 감독 입장에서도 더 안정적인 선택지로 보였을 만하다.
리버풀은 슬롯 감독 외에도 사비 알론소 바이어 레버쿠젠 감독, 후벵 아모림 스포르팅 리스본 감독,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호브 감독 등을 차기 감독 후보로 고려한 거로 알려졌다. 이들 중 최우선 후보였던 알론소 감독은 일찌감치 레버쿠젠 잔류를 천명하면서 리스트에서 빠졌다.
앞서 아모림 감독이 우선 순위라는 현지 매체 소식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리버풀은 슬롯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두 감독은 비슷한 프로필을 갖추고 있다. 각 리그의 '3인자'에 해당하는 팀을 이끌고 리그 우승을 달성했으며, 빅리그 경력은 없지만 중상위 리그의 빅클럽을 이끌며 리그와 유럽 대회를 병행하는 경험도 풍부하다.
그러나 스리백을 주로 활용하는 아모림 감독보다는 슬롯 감독이 클롭 감독의 리버풀과 더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고, 슬롯 감독이 영어가 능숙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전술적으로는 리버풀의 감독 후보군 중 클롭 감독과 가장 유사한 인물이 슬롯 감독이다. 슬롯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하며 볼을 소유하면서도 강한 전방 압박, 빠른 전환을 강조한다. 페예노르트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서 기록한 평균 볼 점유율은 59.2%로 높지만 볼을 오래 소유해 만들어진 결과는 아니다. 경기를 주도하면서 빠르게 몰아치고 상대를 압박해 볼 소유권을 되찾는 식으로 볼 점유율을 상승시키는 유형이다. 이는 후방에서 넘어오는 롱패스를 곧잘 활용하면서도 58.1% 볼 점유율을 기록한 리버풀과 유사하다.
해외 무대에서 감독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점, 동시에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빅리그 빅클럽 감독도 처음이라는 점은 슬롯 감독이 극복해야 할 숙제다. 에릭 텐 하흐, 피터 보츠, 최근 네덜란드 리그에서 주목 받았던 감독들이 빅클럽에서 번번이 실패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클롭 감독은 2010년대 초중반 암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리버풀에 나타난 구세주였다.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가 떠난 후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체제에서 부활하기까지 꽤 오랜 과도기를 겪었고, 맨유 역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 부침이 심하다. 전설적인 명장을 떠나보낸 리버풀도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포스트 클롭' 시대의 첫 지휘봉을 잡게 된 슬롯 감독의 어깨가 무겁다.(자료사진=아르네 슬롯 감독)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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