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클롭 후임' 슬롯 "기회 놓칠 수 없었다" 리버풀 새 감독 드디어 공식 발표 '3년 계약'... 당장 6월부터 일한다
리버풀은 21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슬롯 감독과 새 감독 계약에 합의했다"며 "오는 6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감독직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그는 리버풀의 첫 네덜란드 출신 감독이다"라며 "페예노르트를 2022~23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두 차례(2021~22·2022~23)나 에레디비시 올해의 감독에 뽑혔다"고 소개했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에 따르면 슬롯 감독은 리버풀과 3년 계약을 맺었다.
리버풀은 9년간 팀을 이끌었던 클롭 감독과 올 시즌을 끝으로 결별했다. 지난 1월 클롭 감독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 종료를 깜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클롭 감독은 "이제 뭔가 에너지가 부족해진 느낌이다.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평생 리버풀을 내가 이끌 수 없다"며 "리버풀과 함께한 모든 시간과 추억은 여전히 너무 소중하다"고 사임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후 리버풀은 바로 새 감독을 물색했고 슬롯 감독을 비롯해 사비 알론소(레버쿠젠), 로베르토 데 제르비(브라이튼), 루벤 아모림(스포르팅) 감독 등을 후보에 올렸다. 팀 레전드 출신인 알론소 감독에게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레버쿠젠을 분데스리가 무패 우승으로 이끈 뒤 잔류를 선언하자 리버풀은 슬롯 감독에게 관심을 돌렸다.
올 시즌에는 PSV 에인트호번에 리그 우승을 내주며 2위를 차지했지만 네덜란드축구협회(KNVB)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감독 커리어 최초 토너먼트 대회 우승이었다.
리버풀이 슬롯 감독에게 눈길을 돌린 이유는 클롭 감독과 비슷한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키우는 '팀 리빌딩' 능력이 뛰어나다. 알크마르와 페예노르트 시절, 열악한 재정에도 신예와 기존 선수들을 활용해 리빌딩에 성공했다.
현 소속팀과 계약이 끝나지 않은 감독이 차기 행선지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슬롯 감독은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것을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며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늦은 이유다. 나와 작별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며 페예노르트와 결별을 사실화했다.
슬롯 감독이 리버풀행을 예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고 어헤드와의 31라운드 전 기자회견에서도 리버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리버풀에 가고 싶은 내 마음은 확실하다. 구단 간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계약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수일 내로 마무리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시즌 말미 리버풀행이 불거지자 "살다 보면 때로 기회가 오고, 잡아야 할 때가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다"며 "앞으로 몇 주, 혹은 수일 안으로 발표가 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리버풀 선수들도 슬롯 감독 영입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같은 네덜란드인이자 리버풀 주장 버질 반 다이크는 슬롯 감독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의 축구 철학, 운영 방식 등은 리버풀과 어울릴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슬롯 감독의 EPL 진출설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떠난 직후 슬롯 감독의 영입을 시도한 바 있다. 당시 슬롯 감독은 토트넘과 영입 협상을 벌이며 빅리그로 나아가고픈 속내를 솔직하게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그는 리그 경기 기자회견에서 "모든 감독은 야망이 있다. 내가 2년 전 알크마르에서 페예노르트로 왔을 때도 그랬다. 나의 다음 단계는 네덜란드의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 감독들은 해외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항상 세계 최고의 리그가 EPL이라고 말해왔다. EPL이 세계에서 가장 큰 무대인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어서며 슬롯 감독은 "런던에서 보자"고 웃으며 농담해 토트넘행이 거의 임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슬롯 감독은 토트넘과 협상 막판 마음을 바꿔 "아직 페예노르트에서 할 일이 끝나지 않았다. 멋진 시즌을 보냈고 더욱 발전하고 싶다. 리그 우승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고 잔류를 선언했다. 이후 1년 뒤 슬롯 감독은 토트넘이 아닌 리버풀 지휘봉을 잡게 됐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후 클롭 감독은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하는 자리를 가졌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 선수들과 가족들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어 마이크를 잡고 "아르네 슬롯, 라라라! 아르네 슬롯, 라라라!"라고 노래를 불렀고 안필드 관중들도 이를 따라 불렀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시오 로마노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클롭 감독에 의해서 슬롯 감독이 리버풀의 새 감독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거의 10년 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미친 일이다. 전 항상 경기장에 있었고 앞으로도 항성 거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 나는 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 훌륭한 팀을 봤다. 생각보다 빨리 발전하는 리버풀을 본 것이다. 올 시즌에도 몇 번이나 우리의 중심을 지켜준 젊은 선수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버풀 감독을 그만두고 첫날 무엇을 할지' 묻자 "계획이 없다. 할 일이 많겠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다. 아내가 제게 무엇을 할지 알려주고 난 행복하게 따라갈 것이다. 오늘 밤 파티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웃었다.
클롭 감독은 2008년 독일 '명가' 도르트문트를 7년이나 지휘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5년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해 세계 최고 감독 중 하나로 거듭났다. 침체기를 겪던 리버풀은 클롭 감독의 지휘 하에 2019년 통산 6번째 UCL 빅이어를 들어 올렸다. 2019~2020시즌에는 숙원과도 같던 EPL 우승을 이뤘다. 1992년 EPL 출범 후 첫 리그 우승이었다. 이후 2021~2022시즌엔 FA컵과 카라바오컵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올 시즌은 리그 3위에 그쳤지만 카라바오컵에서 우승하며 트로피 하나를 더 추가했다.
리버풀은 지난 2022년 클롭 감독과 4년 재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축구 감독이 아닌 다른 본인 삶을 원했다. 계약 2년을 남겨 놓고 팀을 떠나게 됐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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