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임무 끝 퇴역 ‘F-4’, 독자 개발 ‘KF-21’… 공군력 세계 5위로[10문10답]
F-4, 1975년 국민성금으로 구입
주력기로 쓰며 北공군 전력 역전
KF-16, 보유 대수 가장 많아
2028년까지 130대 성능 개량
F-35A, 20대 추가 도입할 예정
마하1.8 속력·행동반경 1093㎞
KF-21, 공대공 미사일 역량 ↑
2026년부터 120~200대 양산
대한민국 영공을 55년간 수호한 ‘불멸의 도깨비’ F-4 팬텀이 오는 6월 7일 늦은 은퇴식을 치른다. F-4 팬텀의 고별식을 계기로 북한 공군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 공군력 5위 신화를 일군 우리나라 공군의 드라마틱한 전력화 과정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6·25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은 이름뿐인 연습기 수준의 최약체였던 데 비해 북한 공군은 러시아(옛 소련)의 최신 미그기로 무장,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1960년대 남북 공군력을 처음으로 역전시킨 게 바로 F-4였다. 이후 우리 공군은 3세대 F-5, 4세대 KF-16과 F-15K에 5세대 스텔스전투기 F-35A까지 일취월장했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개발하며 항공강국 대열에 섰다. 이를 통해 우리 공군은 북한이 인지조차 하기 전에 선제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반면 북한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공군력 강화 의지를 사실상 접었다는 평가다.
1. 6·25전쟁 당시 남북한 공군력은
6·25전쟁 초기 북한은 공군의 항공력에서도 한국군을 압도했다. 북한은 전투기 132대, 훈련기·수송기 약 30대를 보유한 반면 우리 공군력은 연락기 13대, 훈련기 3대에 불과했다. 당시 한국 공군 조종사 총 57명 중 훈련을 제대로 받은 숙련된 조종사는 39명에 불과해 북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주둔 미 극동공군(FEAF)이 참전하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미 공군은 제공권을 확보해 북한 공군을 말살시켰다. 그러다가 1950년 11월 숙련된 소련 조종사가 모는 미그-15가 개입하면서 공중전은 또다시 변모했다. 미그-15와 미 공군 F-86은 보유 대수가 5 대 1에 이를 정도로 공산군은 제트전투기 숫자에서 결정적 우위를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 F-86 전투기의 우수한 성능과 함께 뛰어난 미군 조종사들 기량 덕분에 북측은 제공권 확보에 실패했다.
2. 남북한 공군력 역전 주역 F-4 팬텀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군 주력 전투기로 활약한 팬텀은 공군 전력을 단번에 역전시켰다. 이전에는 옛 소련제 미그기를 보유한 북한 공군이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팬텀을 들여오기 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보다 수적으로 2배 이상이었고, 기체 성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미그 계열 전투기를 보유했다. 더군다나 분산 배치된 북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폐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 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었다. 팬텀은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 원을 모아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K-2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에 응징 보복하겠다며 청주기지에 F-4E 전투기로 구성된 ‘살수 대기’ 부대를 만들었다. 원조 ‘참수 부대’였던 셈이다.
3. 아시아 유일 팬텀 보유국
공군이 1969년 F-4 팬텀을 도입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고, 미국·영국·이란에 이어 세계 4번째 팬텀보유국이 됐다. 공군은 북한 기습공격 능력 등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인 1968년 1월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에 이어 삼척·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이 연이어 발생, 제2의 6·25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는 베트남 파병 국군의 철군을 고려했다. 미국은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한국을 달래려 팬텀 공급을 약속했다. 당시 국군이 보유 중인 F-5A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무료·무기한 조건으로 임차해줬다. 북한 공군은 1966년부터 마하 2급의 미그-21을 도입했으며 1969년 4월 15일 동해상에서 주일미해군 정찰기 EC-121M을 격추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주한미공군 전력개편용 F-4D 팬텀을 우리 공군에 먼저 공급하게 됐다.
4. 공군 성장 최대 공로 F-5 시리즈
F-5 시리즈는 대한민국 공군의 실질적 성장을 이끈 최대 공로자다. F-4D/E 팬텀이 한반도 하늘을 주름잡은 핵심 공군 전력이었다면 F-5 시리즈는 북한 공군의 미그-21 전투기를 하나하나 몸으로 막아내는 근접전의 주력이었다. 공군은 1965년 4월 30일 F-5A/B ‘자유의 투사’ 도입을 시작으로 1975년까지 151대를 인수했다. 마지막 남은 기체는 2005년에 퇴역했다. F-5E/F는 1974년 14대 도입을 시작으로 1979년까지 146대를 인수했다. F-5E/F 직도입 기체는 2023년 말까지 퇴역했다.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KF-5 제공호는 68대를 만들었다. 공군은 모두 365대의 F-5 시리즈를 보유했다. 공군이 운용한 기체 시리즈 중 가장 많다. 공군 전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기는 F-5E/F 전투기를 도입한 1974년부터다. 1973년까지 2만8310명이던 공군 병력 정원은 KF-5 면허생산이 끝나는 1986년 5만여 명에 육박했다. 1982년 9월 9일 국내에서 면허생산한 KF-5F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대한항공은 F-5E 36대, F-5F 32대를 양산했다. KF-5E/F는 대한항공에서 1982년 9월부터 1986년까지 68대가 국내 조립생산으로 만들어졌다. KF-5/E/F 제공호 61대는 2028년 퇴역할 예정이다.
5. 160여 대 공군 주력 KF-16
현재 보유 대수 기준으로 보면 우리 공군 주력 전투기는 KF-16 전투기다. 공군은 4세대 다목적 전투기 KF-16을 160여 대 보유하고 있다. 현역 기체 중 가장 많다. KF-16 130여 대, F-16PBU 30여 대다. 세계 6위의 보유량이다. KF-16은 현재 성능 개량을 진행하고 있다. 2028년까지 130여 대 전체에 대한 개량이 완료될 예정이다. 성능 개량은 신형 AN/APG-83 AESA 레이더와 새로운 임무 컴퓨터, 전자전 장비, 향상된 조종간, JHMCS-I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선 등이 이뤄진다. 성능은 F-16V(블록 70/72)에 준한다. JHMCS-2 헬멧과 AIM-9X-2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연동하면 기축선 밖 표적 획득이 가능해져 근접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게 된다.
6. 동북아 전술기 중 가장 강력 F-15K
하이급 주력 전투기 F-15K는 61대를 수입했고 이 가운데 2대가 추락해 현재 59대가 운용 중이다. F-15K는 공군에서 ‘슬램 이글’이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전폭기인 만큼 공대공, 공대지 임무를 모두 맡는다. 한국 공군의 요구에 따라서 하푼 블록2 공대함 미사일, SLAM-ER 공대지 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췄다. F-15 이글에서 파생된 전폭기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을 1990년대 기술로 업그레이드한 기체다. 해외로 판매된 F-15 계열기 중 처음으로 미군 사양보다 향상된 성능을 보유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동북아 공군 전술기 중 가장 강력한 제공 전투기라는 평을 받았다. 공대지 공격 능력도 탁월하다. 최강의 유럽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를 탑재했고, 현재 성능개량을 계획 중이다.
7. 국산 FA-50, 수출의 주역
국산전투기 FA-50 ‘파이팅 이글’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생산한 초음속 다목적 경전투기다. FA-50은 60대, FA-50으로 개조가 가능한 TA-20대를 보유 중이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KTX-2 사업을 통해 만든 초음속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을 기반으로 설계됐다. FA-50은 TA-50에 위협보조 장비와 야간작전능력, 전술데이터링크, 정밀 폭격 능력을 추가한 개념이다. FA-50에 적용된 레이더가 기존 AN/APG-67에서 이스라엘제 EL/M-2032 레이더로 변경됐고 다양한 공대공과 공대지 모드를 장착해 공격 임무수행이 가능해졌다. 정밀유도폭탄으로는 GPS 유도무장인 합동직격탄(JDAM), 바람수정확산탄(WCMD) 등을 운용하는 게 가능하다. 공대공·공대지미사일을 비롯해 JDAM과 지능형확산탄(SFW) 같은 정밀유도무기 등을 최대 4.5t까지 탑재할 수 있다.
8. 5세대 전투기 F-35A 도입
5세대 전투기 F-35A ‘프리덤 나이트’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다. F-35A 스텔스전투기 주둔지는 충북 청주기지인 제17전투비행단이다. 공군은 F-35A를 40대 도입했다. 2023년 12월에는 차기전투기 2차 사업으로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F-35A 추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F-35A 20대가 추가로 전력화되면 우리 공군이 보유한 F-35A는 59대로 늘어난다.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추가 도입 F-35A는 내부무장 장착능력이 종전 대비 1.5배로 늘고, 레이저 유도 방식인 GBU-56(L-JDAM) 복합유도폭탄 등 새로운 무장도 장착하게 된다.
9. 국산 KF-21 보라매
4.5세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는 지난 8일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Meteor)와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2000 실사격에 성공하며 공대공 역량을 과시하는 등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20대, 2025년 20대 등 이른바 ‘20+20’ 방식의 양산 계약 체결이 결정됐고, 2026년 실전 배치된다. KF-21 블록1 2개 대대가 순차적으로 강릉에 배치될 전망이다. KF-21은 전장 16.9m, 전폭 11.2m로 각각 14.5m, 8.1m의 소형·경량 전술기인 F-5보다 덩치가 큰 기체다. 한국 공군 최초로 초음속 제트 전투기 F-5를 운용한 강릉의 제18전비 소속 105전투비행대대가 기종 전환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창설부대로 운용된다. 이후 공군은 공대지 공격 능력을 보유한 블록2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10. 한국, 현재 공군력 세계 5위
2021년 2월 영국의 ‘플라이트 인터내셔널(Flight International)’은 한국의 공군력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5위로 평가했다.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공군이 운용하는 공격용 전투기는 410여 대다. 원주 제8전비에는 FA-50 2개 대대, 예천 제16전비에는 FA-50 1개 대대와 TA-50 1개 대대가 있다. 수원 제10전비는 F-4E 1개 대대, KF-5E/F 2개 대대를 운용하고 있다. 강릉 제18전비에는 KF-5E/F 2개 대대, 충주 제19전비는 KF-16 1개 대대, F-16 2개 대대로 구성됐다. 서산 제20전비에는 KF-16 4개 대대가, 군산 38전대에는 KF-16 1개 대대가 배치돼 있다. 여기에 대구 제11전비는 F-15K 3개 대대, 청주 제17전비에는 F-35A 2개 대대가 운영되고 있다.
공군은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고 2026년부터 KF-21 보라매 120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FA-50 경공격기는 블록 20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우리 공군은 수적으로 많다고 할 수 없지만 대부분 4세대 이상 최신예 전투기로 제공권 장악력이 뛰어나고, 가동률 역시 매우 높다. 전 세계에서 미국이 25%, 러시아가 8%, 중국이 6%, 인도가 4%, 우리가 3%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기 국산화율이 높아질수록 가동률은 더욱 높아지기에 보라매와 FA-50 블록20이 전력화하고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는 시점부터 공군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북한과 비교해 절대적인 우세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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