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도마뱀 들여온다? 검역받아야 합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2024. 5. 2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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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범의 펫폴리] 5월 19일부터 야생동물 검역제도 시행… 양서·파충류 감염병 차단 목적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최근 거북, 도마뱀, 이구아나 등 파충류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개, 고양이 이외에 다른 종의 동물을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국내에서 매년 '희귀반려동물박람회(Exotic Animal EXPO)'가 열릴 정도죠. 특히 거북, 도마뱀,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를 기르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양서·파충류 반려동물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양서·파충류는 주로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합니다. 2018년 한국에 수입된 해외 야생동물은 총 52만9205마리였는데, 그중 포유류가 2만194마리, 조류가 3320마리였고 양서류가 18만220마리, 파충류가 32만5471마리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포유류와 조류만 검역을 받아 문제가 됐습니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야생동물 95.6%가 양서·파충류지만 이들에 대한 검역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거죠.

美서 살모넬라 확산 위험↑

실제 양서·파충류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사례는 많습니다. 대표적 질병이 '살모넬라증'입니다. 미국에선 양서·파충류 접촉에 의한 살모넬라 감염 사례가 매년 7만4000건 정도 보고됩니다. 거북과 이구아나에 의한 살모넬라 전파가 많은데, 이구아나의 살모넬라 감염률은 36~77%입니다. 브리더들이 살모넬라를 통제하려고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한 결과 미국에선 양서·파충류의 항생제 내성 문제까지 발생했습니다. 기존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강력한 변형 살모넬라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인 거죠.

그 밖에 악어류는 뇌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의 숙주이고, 다수 야생 파충류가 '동부 말 뇌염'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서·파충류가 갖고 있는 내외부 기생충이 사람에게 '큐열' '라임병' 등을 전파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파충류 수입 검역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겁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는 2021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야생생물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 19일 시행됩니다. 해외 야생동물의 질병이 국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그동안 검역하지 않고 수입되던 파충류를 대상으로도 검역을 시행하는 거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간 코로나19 감염병을 보며 정부도 검역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 것 같습니다.

사체·가죽·알도 검역 대상

야생동물 검역은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 홈페이지 캡처]
따라서 앞으론 해외에서 파충류를 들여올 때 사전에 검역을 신청해 검역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wadis.go.kr)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는데, 회원 가입 후 검역 신청 게시판에 첨부 서류를 업로드하면 됩니다. 반려동물용으로 수입하는 경우는 물론 관상용, 시험·연구용, 판매용으로 수입하는 경우에도 신고해야 합니다.

검역 부처는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입니다. 검역 대상은 거북, 자라, 뱀, 도마뱀, 카멜레온, 이구아나, 악어 등 살아 있는 파충류와 그 사체, 가죽, 알 등입니다. 담당자는 야생동물질병관리원 소속 야생동물검역관인데요. 검역 대상 질병, 지정 검역물 등 검역 관련 교육을 이수한 수의사 가운데 임명됩니다. 야생동물검역관을 도울 야생동물검역사도 둡니다. 검역 대상 질병은 기존에 야생동물 질병으로 규정된 병원체 139종입니다. 생각보다 많죠? 정부는 향후 검역 대상 병원체를 더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만약 검역 과정에서 병원체에 감염된 야생동물이나 물건이 확인되면 수입은 금지되고 반송·소각·매몰 처리됩니다. 당분간 검역은 인천국제공항에서만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해 기준 파충류 98%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반입됐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 검역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만큼 당분간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파충류는 종별로 온도, 습도 등 조건이 상이한데, 검역장 계류시설이 이런 점을 반영하지 못하면 검역 과정에서 동물이 폐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생태계의 건강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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