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권 피안타율 0.120, 김택연의 직구는 위기에서 더 강해진다

심진용 기자 2024. 5.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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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택연이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 구원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택연이 지난 10일 잠실 KT전 7회 무사 2·3루 위기를 3연속 삼진으로 막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이승엽 감독은 최근 고졸 신인 김택연(19)을 두고 “위기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투수”라고 했다. 주자가 있어도 주눅 들지 않고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의 말처럼 김택연은 위기에서 더 강해지는 투수다. 20일 현재까지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이 0.233인데 주자가 나가면 0.152로 오히려 더 낮아진다. 주자가 득점권까지 나가면 여기서 더 낮아져 0.120 밖에 되지 않는다. 만루 위기도 5차례나 겪었는데, 딱 1번 볼넷으로 내보냈을 뿐 나머지 4타자는 모두 범타 처리했다. ‘신인답지 않다’는 칭찬이 가장 잘 어울리는 투수가 바로 올 시즌 김택연이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직구 일변도에 가깝다. 21.1이닝을 던지는 동안 직구 비율이 76.7%다. 2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직구 비율이 가장 높다. 10이닝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키움 문성현(79%) 바로 다음이다.

공 10개 중 8개가 직구인데도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때려내지 못한다. 워낙 구위가 좋다. ‘김택연표 직구‘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 경기가 지난 10일 잠실 KT전이다. 무사 2·3루 위기에서 공 15개로 3연속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직구만 14개를 던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를 상대로도 직구 5개를 연속해서 던졌다.

김택연은 당시 상황에 대해 “위기에선 던질 수 있는 최고의 공을 던지는 게 맞다”며 “맞더라도 후회없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차피 도망칠 데도 없었고, 정면 승부 말고는 답이 없었다. 김택연은 마음먹은 그대로 해냈다. 그날 경기를 마치고 김택연은 “프로 와서 최고의 공을 던진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지난 18일 잠실 롯데전이었다. 7회 1사에서 만난 고승민을 상대로 첫 4구 모두 직구 던졌다. 3구, 4구째를 고승민이 연달아 파울 라인 바깥으로 걷어내자 5구째 아무도 예상 못 한 공이 들어왔다. 바깥쪽 낮은 코스 체인지업이었다. 직구 하나만 노리던 고승민의 방망이가 허무하게 헛돌았다.

김택연은 “사실 4구째 이미 (김)기연 선배가 체인지업 사인을 냈는데 직구로 한 번 더 가겠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책임감 때문이었다. 이날 김택연은 20구 투구 제한 방침을 미리 듣고 마운드 위에 올랐다. 구승민에게 던진 3구가 이미 18구째였다. 김택연은 “20개까지 공 2개밖에 안 남았는데, 체인지업 던졌다가 파울이 되면 다음 공으로 못 끝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맡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직구를 고집했다는 이야기다. 김택연은 마지막 20구째에 결국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잡아냈고, 1명의 주자도 남기지 않고 후속 투수에게 공을 넘겼다. 팀은 8-3 대승을 거뒀다.

김택연은 “아무래도 직구로 삼진 잡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체인지업 삼진은 느낌이 또 달랐다”면서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아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택연=직구’라는 공식에 체인지업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더한 것도 물론 소득이다.

물론 김택연의 최고 구종은 여전히 직구다. 19일 롯데전 다시 등판한 김택연은 사정없이 직구를 뿌렸다. 유강남을 상대로 직구 8개를 던지며 10구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후속 노진혁은 7구 연속 직구를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김택연은 “원래 직구 던지는 걸 가장 좋아한다. 가장 자신 있는 공도 직구”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준비도 게을리하지는 않는다. 김택연은 “한 달 뒤 아니 당장 내일부터라도 직구가 난타를 당할지 모른다”며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더 김택연의 직구가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이날까지 김택연 직구의 피안타율은 0.175, 피장타율이 0.246이다. 투수가 던질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공은 역시 직구다.

두산 김택연이 지난 19일 잠실 구장 더그아웃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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