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천연우황이랬는데"...알고보니 중국산 불법 우황?

천옥현 2024. 5. 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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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원이 수상하다] ②
정식으로 수입된 천연우황 [사진=코메디닷컴 DB]

불법 우황이 함유된 우황청심원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일부 우황청심원 제조회사는 수입 우황 가격 급등 속에서도 회사의 매출원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값싼 불법 우황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대목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우황청심원 제조회사인 A사가 수입한 우황 가격은 2022년 킬로그램당 9733만원에서 지난해 1억5400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1분기엔 2억3200만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 회사는 이같은 원가 상승 압력을 버티지 못해 지난해와 올해 우황청심원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 우황청심원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 회사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 가장 탄탄한 원가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가격 인상을 피하지 못한 것. 그럼에도 우황청심원 매출원가율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손해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가격을 인상했지만 원재료인 우황 가격이 너무 올라 매출원가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우황청심원 제조사인 B사는 우황청심원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오히려 매출원가율이 떨어졌다. B사가 공시한 지난해 전체 매출원가율은 45%로 전년도 53%에서 8%포인트 하락했다. 통상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해당 원료를 사용하는 기업의 매출원가율이 상승하지만 이 회사는 정반대 흐름을 보인 것이다. 우황청심원은 B사 전체 매출의 약 40%가량을 차지하는 대표 품목인데도 말이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우황 가격이 최근 많이 오른 건 맞지만, 오랜 기간 거래해 온 수입처를 통해 우황을 저렴하게 들여오고 있다"며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저마진을 감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할 때 관능검사를 통해 우황의 성상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샘플을 시험센터로 보내 확인하고 들여오는 적법한 원료"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중국산 대체 우황이 다른 나라에 수출돼 원산지만 바뀐 채 들어올 수도 있다고 관측한다. 전 대한한의사협회의 한 임원은 중국산 불법 우황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천연우황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구하기 어려워지니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오픈마켓에 유통되는 인공우황(人工牛黃) 함유 우황청심원 설명서. [사진= 상세페이지 캡처]

불법 우황 의혹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체외배육우황 뿐 아니라 아예 인공적으로 합성해 만든 인공우황도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정황도 있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불법 원료를 사용해 가짜 우황청심원을 제조, 유통한 조직이 적발되기도 했는데 이런 일이 국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랜 기간 생약을 국내에 수입해온 수입업계 관계자는 값싼 불법 우황이 유통되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서울 제기동에서 킬로그램당 3만~4만원 대 불법 우황이 유통되는 걸 봤다"며 "한약은 눈으로 살펴보거나 맛을 통해 진위 여부를 알 수 있는데 비슷하게만 생겼지 우황 맛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어디서 온 건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불법 우황을 사용한 우황청심원은 이미 온라인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G마켓이나 11번가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에서 '우황청심환'을 검색하면 국내에선 허가되지 않은 성분인 '人工牛黃(인공우황)'이 들어간 제품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인공우황은 천연우황 성분을 인공적으로 배합해 제조한 원료로, 식약처가 사용을 허가하지 않은 불법 원료다.

이처럼 불법 우황이 유통되고, 이를 사용한 우황청심원이 나돌고 있다는 의심이 확산되면서 보건당국이 단속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약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우황 가격이 급등하자 불법적인 우황을 쓰기도 한다는 소문이 약국가에 돌았다"며 "약국에서도 우황청심원을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식약처의 관심과 조사가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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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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