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배상으로 끝? 홍콩 ELS로 고객과 얼굴 붉혔는데…

노명현 2024. 5. 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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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에 분주합니다.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선제적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상품을 매입한 고객들은 해당 은행과 오랜기간 거래하고 금융 자산을 보유한 우량 고객인 경우가 많다"며 "배상이 문제가 아니라 우량 고객들이 이번 사태로 주거래은행을 타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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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1분기 충당부채 쌓으며 실적 반영
분조위 대표사례 기준 손실배상 속도낼 듯
신뢰 추락…일선 영업점선 고객 이탈 전전긍긍

은행권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에 분주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분쟁조정기준을 발표한 후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이사회를 거쳐 자율배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각 은행별 대표 사례를 공개하면서 배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상이 과연 홍콩 ELS 후폭풍의 전부일까요. "고객 최우선"을 강조하고 있는 은행들은 이번 사태로 고객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손실배상, 재무적 반영은 마무리했지만…

홍콩 ELS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손실을 본 투자자들과 협의를 통해 선제적 자율배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자들마다 불완전판매 사례가 천차만별이고 은행이 제시한 배상 비율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배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은행권에선 분조위 대표 사례가 공개된 만큼 협의를 통한 배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비율을 배상 협의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관련기사: 홍콩ELS 배상 '모범답안' 내놨는데…자율배상 속도날까(5월15일)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100% 손실 배상을 요구하며 법적 분쟁에 나설 수도 있어 배상에 마침표를 찍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들은 손실 배상에 대한 재무적 반영도 이미 마무리했는데요. 홍콩 ELS를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관련 손실을 충당부채로 1분기 실적에 반영했습니다.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KB국민은행 8620억원을 비롯해 5대 시중은행이 반영한 충당부채는 총 1조 6665억원입니다.

은행들은 손실 배상 관련 추가 부담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H지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충당부채의 일부 환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죠.

훼손된 신뢰…고객 이탈 우려

은행들이 이번 홍콩 ELS 사태로 잃는 것은 배상에 따른 재무적 손실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객들의 신뢰 훼손이 또 다른 손실인데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고객과의 신뢰가 최우선인데 여기에 금이 간 것이죠.

특히 이 영향으로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객들과 원만한 협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배상 과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힐 수 있고 이후 해당 고객들이 은행을 떠날 수 있어서죠. 영업 현장에선 그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왔던 충성 고객이 빠져나가는데 대한 걱정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ELS 상품을 매입한 고객들은 해당 은행과 오랜기간 거래하고 금융 자산을 보유한 우량 고객인 경우가 많다"며 "배상이 문제가 아니라 우량 고객들이 이번 사태로 주거래은행을 타행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홍콩 ELS 투자자들 사이에선 은행들을 거세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신뢰 하락 뿐 아니라 고객이 이탈하면 은행의 자산도 쪼그라들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는 셈이죠.

최근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시작된 무료 환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환전 수수료 수익도 연간 기준 몇백억 단위로 적지 않지만 이를 포기하는 것은 그 만큼 고객 유치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인데요.

홍콩 ELS 사태는 은행권에 꽤 큰 상처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재무적 손실 뿐 아니라 무형 가치라 할 수 있는 신뢰 훼손, 이로 인한 실질적인 고객 이탈 등이 은행에게는 치명적인 상처인데요. 은행들이 손실을 본 고객들의 상처를 보듬고 자신들의 상처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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