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휴일 유급보장 규정 피하려는 ‘꼼수’에 제동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하는 ‘빨간날’을 휴무일로 지정해 장애인활동지원사 인건비를 아끼려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꼼수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재판장 정완)는 지난 2월1일 전모씨 등 장애인활동지원사 5명이 서울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상대로 제기한 취업규칙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0여 명의 직원을 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2021년 1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 2018년 3월 공무원뿐 아니라 일반 노동자도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도록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데 따른 것이다.
센터는 2021년 12월 ‘센터는 필요한 경우 별도의 무급휴일 및 무급휴무일을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조항을 신설했다. 전씨 등은 2022년 6월 해당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취지에 반해 무효이며 미지급된 공휴일 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신설된 취업규칙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휴일이 애당초 장애인활동지원사들에게는 근무일이었음에도 센터가 이를 임의로 무급휴일이나 무급휴무일로 지정하는 경우 전씨 등은 유급휴일이었던 관공서 공휴일을 센터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무급으로 쉬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규칙은 센터가 활동지원사들로 하여금 근무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관공서 공휴일이었던 날을 무급휴일이나 무급휴무일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근로기준법상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애초부터 근로제공이 예정돼 있지 않은 날이 공휴일과 겹칠 때는 센터가 유급을 보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이 평일이 아니라 노사가 휴무일로 정한 토요일인 경우 센터는 추가로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공휴일 유급휴일 규정은) 근로의무가 있는 날을 휴일로 지정할 경우 발생할 임금 손실을 막기 위한 별도의 보호 규정으로 해석된다”며 “만약 휴무일 등과 같이 애초부터 근로제공이 예정돼 있지 않은 날이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 추가 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해석할 경우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누리는 휴일 수는 동일함에도 추가적인 비용부담만 강제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법제처 유권해석과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원고 대리인인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회사가 공휴일 유급휴일 규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공휴일과 겹치는 날을 휴무일로 정하는 꼼수가 장애인활동지원사, 건설노동자, 요양보호사처럼 근무일이 일정하지 않는 불안정 노동자를 대상으로 퍼져 있다”며 “이번 판결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개정해 꼼수를 정당화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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