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과 1학년 최대 피해 놔둘텐가"…의대생들 요지부동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이후 '유화책' 강조
"법원 결정으로 증원 철회 이제 불가능" 입장 전제돼
'증원 실패' 2020년과 달라진 환경 의식했나…공세적
수업거부 이어가면 피해 강조하면서 복귀 거듭 호소
의대협, '증원 백지화' 요구 재확인…정부와 날 세워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2025학년도 의과대학 선발 규모 증원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교육부가 집단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을 향해 유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의대생 중에도 예과 1학년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의료계 움직임도 주목된다.
21일 교육계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가 의대생 등이 낸 의대 증원 취소소송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준 이후 유화 메시지에 힘을 주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제 더는 되돌릴 수 없는 만큼 수업거부를 멈추고 복귀하지 않으면 피해는 정부나 대학이 아닌 의대생 본인들이 입는다는 요지다.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정례브리핑에서 구연희 대변인은 의대 증원 관련 질문에 답한 이후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이대로 가면 24·25학번 의대생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예과 1학년은 대학 신입생이라 휴학이 제도상 불가능해 수업을 못 들은 채 2학년으로 승급하거나 내년에 다시 1학년 과정을 밟는 유급 중 하나만 가능하다.
따라서 그대로 수업 거부를 이어가면 최악의 경우 올해 예과 1학년 3000여명이 모두 유급되고, 증원에 따라 내년에 25학번 4500여명이 입학해 7500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게 요지다.
구 대변인은 전날 "(7500명이) 6년 간 수업을 계속 들어야 하고 이후 인턴, 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 어떤 기수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는 예과 1학년을 진급 시키고 예과 2학년이 유급될 경우도 가정했다. 구 대변인은 "만약 1학년은 진급하고 2학년이 유급한다면 역시 학년이 포개지며 6000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유급 발생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의대 1학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막 고등학교 생활을 끝내고 대학에 진학한 새내기 학생들"이라며 "선배들이 1학년을 위해 (수업 복귀)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특정 학년이 큰 피해를 보지 않게 배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유급이 이뤄지면 대학들이 늘어난 정원을 뽑지 못할 것이라며 투쟁을 독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사법적 판단도 대법원 재항고와 의대생 항고심이 아직 남아 있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최근 유화 메시지는 이런 의료계 측의 투쟁 논리가 전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 대변인은 전날 관련 질문에 "수업 거부로 증원 정책을 철회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답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집행정지 기각·각하 결정 이후 이처럼 유화 메시지를 적극 내는 배경에는 증원에 실패했던 2020년과는 다르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은 지난 2020년에도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섰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의료계가 증원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한 이후인 같은 해 9월 동맹휴학을 38일만에 철회한 바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에 백기를 들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은 밝혔지만 현재의 의정갈등 상황처럼 대학별 의대 입학정원 배분과 선발규모 확정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기간 역시 이날을 기준으로 3개월을 넘겨 2020년(38일)보다 크게 장기화됐다. 대학들의 수업 일정 조정으로 의대생들은 지금 즉시 복귀하더라도 방학도 없이 수업을 들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
전날 구 대변인은 "집단 행동을 하다 보면 자발적이지 않은 학생들도 포함이 되는 경우도 사실은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누적되는 피해를 우려한 의대생 개개인의 투쟁 대오 이탈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특혜 논란도 감수하면서 의대생들의 '유급' 구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에선 내년도 전공의 등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고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이달 초부터 대학들을 상대로 유급 방지책인 '탄력적 학사운영 조치방안'을 마련해 제출 받았고, 대학들 사이에서 국시 연기와 의대생만을 위한 교양수업 분반, 학칙 개정 등이 거론돼 특혜 논란까지 일었다.
그러나 구 대변인은 전날 이를 두고 "(의대생) 본인이 의사가 되는 어떤 직업 선택의 자유, 개인의 자유 측면도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매년 일정 정도 이상의 의료 인력을 양성해내야 되는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런 정부의 공세적 유화 메시지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지는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대생들은 법원 결정에도 복귀 의사가 전혀 없는 분위기다. 2020년과는 사뭇 달라진 환경과 정부의 유화책 속에서도 동맹휴학 의지를 다시 재확인하고 있다.
앞서 19일 성명을 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정부의 졸속 행정을 끝까지 철회시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복귀만을 호소하는 오만한 태도를 거두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의대협은 의대생 80%인 1만4676명이 응답한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응답자 98.73%가 휴학계를 냈거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지난 3월24일 발표한 '8대 요구안'을 '최소한의 요구'라 밝히고 있다. 첫째 항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의 전면 백지화'다. 이에 대해 설문 응답자 99.26%가 천성했다고 의대협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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