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해마다 순직자 나왔지만 징계는 단 1건[영웅들은 왜 돌아오지 못했나]

김현수 기자 2024. 5. 21.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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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식구 감싸기가 무능한 지휘관 키워

“10년간 40명이 순직했습니다. 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게 소방 조직이에요.”

김동욱 울산북부소방서 소방위는 20일 ‘소방관노명래길’ 기념 동판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길은 2021년 6월 울산 중구 상가건물 화재현장에 구조대원으로 투입됐다가 심한 화상을 입고 치료 중 숨진 노명래 소방사(당시 29세·순직 후 소방교로 특진)의 이름을 딴 명예 도로다.

병원에서 노 소방사에게 마지막까지 심폐소생술(CPR)을 했다는 김 소방위는 당시 유가족들의 절규가 귓가에 맴돈다고 했다. 그는 “소방관이 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불이 나면 지휘관들은 ‘일단 들어가고 보자’고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등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소방관은 40명에 육박한다. 화재 진압 도중 13명이 순직했고, 구조 현장에서 6명이 숨졌다.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도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생활안전 분야 출동으로 5명이 순직했다. 교육 훈련 중 순직한 소방관도 3명이나 된다.

2019년 한 해에만 9명의 소방관이 위험 직무 도중 순직했다. 2014년과 2018년에도 각각 7명의 소방관이 사망했다. 지난 10년간 순직 소방관이 발생하지 않은 해는 없었다.

하지만 소방 지휘부는 반복되는 순직사고에도 책임을 거의 지지 않는다.

경향신문이 소방청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최근 10년간 소방관 순직사고 관련 징계처분’을 보면 사고 책임을 물어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단 1건이 유일했다.

2019년 6월 충북 괴산에서 여름철 수난사고 대비 인명구조 훈련을 하던 소방관이 순직한 사고였다. 당시 소방당국은 검찰이 이 사고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소방관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자 이들에게 ‘견책’ 징계를 했다.

견책은 소방관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다. 공무원 징계는 중징계인 파면·해임·강등·정직과 경징계인 감봉·견책으로 나뉜다.

수관 휴대나 2인1조 투입 등 소방청이 강조하는 ‘절대불변 4대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거나 현장 지휘관의 판단 실수나 지휘 부실 등이 확인돼도 ‘경고’를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경고는 징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방청은 2023년 3월 전북 김제에서 새내기 소방관이 홀로 불길에 뛰어들어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현장지휘자 3명에게 ‘위험관리 소홀’ 책임을 물으며 ‘경고’ 처분했다. 구조대원 3명이 숨진 2021년 평택 냉동창고 화재와 2017년 2명이 순직한 강원 강릉 석란정 화재 때에도 지휘관에게 내려진 처분은 ‘경고’가 전부였다.

대부분 순직사고는 ‘경고’조차 내려지지 않는다.지난 10년간 경기에서는 평택 냉동창고 화재를 제외하고 9명이 순직했고, 강원에서도 석란정 화재를 제외하고 7명이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는 없었다.

일선 소방관들은 이 같은 ‘제 식구 감싸기’가 무리한 진압 작전과 지휘 능력 부족이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길중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부위원장은 “4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등 명백한 지휘부실이 확인돼도 별다른 처벌이 없다”며 “원칙과 기준을 세워도 이를 관리·감독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없다면 원칙은 유명무실해질 뿐”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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