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면인식 AI 기술’로 탈북민 색출… 메콩강 말라 탈출 난관 [한반도 인사이트]
北, 허술한 접경지 철조망 정비 강화
일각선 관할 부대 지뢰매설 얘기도
中 도착해도 CCTV 많아 활동 제한
코로나 이전 국내 입국 年 1000명대
2023년 4분기 57명·올 1분기 43명 그쳐
北·中, ‘인권문제’ 부상에 관계 더 밀착
‘조용한 외교’ 통한 강제북송 방지 난망
지난해까지도 정부는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 탈북민이 급증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당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앞으로 탈북민이 늘어날 여지가 있어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20일 통일부와 북한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북한 이탈 및 중국에서의 이동 모두 한층 힘들어졌다. 특히 중국 내 안면인식 기술을 동원한 인공지능(AI) 감시 기술이 최근 수년간 강화된 것이 직격탄이었다. 거리에 설치된 수많은 폐쇄회로(CC)TV에서 얼굴 정보가 수집되며 감시망이 작동한다. 신원확인도 디지털화돼 위조 신분증 등으로 모면하기도 어렵다. 열차 등 장거리 이동수단도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방대한 감시 기술에 반간첩법까지, 중국 내 리크스가 커지자 중국 내 탈북브로커들은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북한 쪽 사정도 달라졌다. 코로나19 전 북·중 접경지대에는 중국 쪽에만 철조망과 감시가 삼엄했고 북한 쪽은 허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북한 쪽 철조망도 한층 강력 정비됐다고 한다. 일각에선 지뢰매설 얘기까지 나온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국경 관할 부대에 지뢰매설 지시가 간 정황이 있다”며 “탈북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확인요청에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북한이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북한 내에서 탈북을 돕는 브로커가 중요한데 코로나19때 그들 다수가 탈북해 국내로 왔다고 한다”며 “북한 내 네트워크가 끊어진 뒤 복원이 안 되는 걸로 안다”고 했다.
외교적 해결도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조용한 외교’를 통해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고 탈북민 안전을 도모할 여지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2008년 우리 정부가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에게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해 관철했던 사례는 보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자주 거론되는 사례다.
한 전문가는 “탈북민 문제에 북·중이 더 예민해진 건 탈북민들이 밖으로 나와 인권을 강하게 제기하면서부터”라며 “중국에서의 인권문제까지 확대시키자 북한 인권문제가 중국 인권문제와 세트가 돼 버렸다”고 했다. 과거에는 중국이 남북 사이에서 소위 ‘흐린 눈’을 하고 탈북민 보호에 협조토록 유도할 수 있었다해도 지금은 중국 입장에서 자국의 일이 돼버려 입장이 강경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냉전 기류 하에 정부가 ‘가치’를 앞세우며 적극적으로 진영외교를 편 것도 부메랑이다. 민족문제라는 명분 하에 한반도 문제가 국제질서에 휘말리지 않고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도록 했던 메리트마저 사라지고 있어서다.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으로 북·중 밀착까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중국은 원래 탈북민 북송 시 북한에 수감기간 소요된 비용까지 내고 데려가도록 요구했지만 지금은 북한이 돈이 없어 안 받는다고 할까 봐 공짜로 보낸다”며 “우리가 탈북민 정착지원 예산을 써서 데려오는 방법 등 중국 당국에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요구를 갖고 강력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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