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공부의 연속'…의대→전공의→전문의→전임의

백영미 기자 2024. 5. 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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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문의 2900명 가량 배출 타격
내과·소아과·외과 등 필수의료 직격탄
"의대생~전임의 약 5만시간 투자해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이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은 지난 2월19일부터 집중적으로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에 이번 주 내로 복귀하지 않으면 이들의 전문의 취득은 1년 지연된다. 2024.05.2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석 달이 넘어가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가다간 내년 신규 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의 전임의 계약률은 70%를 넘었다. 반면 1만 명 이상의 전공의 가운데 복귀한 전공의는 600여 명에 그쳤다. 전공의와 전임의는 어떻게 다를까.

전공의는 의대 졸업후 의사 면허를 딴 뒤 전문의 수련 과정이 있는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을 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의미한다. 인턴은 1년, 레지던트는 3~4년 과정이다. 인턴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년 동안 병원에 있는 모든 진료과를 돌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하게 된다. 수련의라고도 한다. 주로 소독, 채혈, 수술 준비, 환자명단 관리 등을 맡는다.

전공의는 인턴 과정을 마치면 인턴 성적, 전공의 선발시험 성적, 의사국가고시 성적 등을 고려해 각 과에 지원해 레지던트로 수련하게 된다. 레지던트는 주로 입원환자 관리, 차트 작성, 수술 보조를 한다. 연차가 쌓이면 외래진료는 물론 작은 수술은 직접 집도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국내 수련병원 221곳에 근무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는 1만3000여 명이다. '빅5' 전공의는 총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약 1만3000명)의 21%에 달한다. 또 '빅5' 병원만 놓고 보면 전체 의사 중 전공의가 약 40%를 차지한다.

대학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국내 의료 수가(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의료서비스의 대가)는 원가의 70~80% 수준으로,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공의(레지던트 3~4년차)들이 내년에 전문의 자격을 따려면 병원을 떠난 지 3개월 내인 이달 20일 전후(19일 사직의 경우 복귀 시한 20일)까지 복귀해야 한다. 미복귀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전공의들은 올해 수련 일수를 채울 수 없게 돼 연내 돌아올 이유가 없어진다. 전문의 수련 규정에 따라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하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되서다.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요인으로는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대한 반감,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저항하는 MZ세대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의대 1500명 증원 추진의 과학적 근거가 없어 납득하기 어렵고, 만성화된 저수가와 의료소송 부담을 낮추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게 되면 당장 내년에 전문의 2900명 가량이 배출되지 못한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전국의 4년차 레지던트(총 2910명) 중 필수 의료 분야 레지던트 수는 전체의 48%(1385명)를 차지하고 있다.

'빅5' 병원의 A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생각이 없다"면서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전공의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필수의료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B 교수는 "필수의료 전공의는 일정 규모 이상 돌아와야 당직 시스템이 운영되고 업무 로드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서 "일부만 돌아올 경우 이들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피로가 누적돼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올해 예비 전공의인 인턴 대상자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을 마쳐 향후 수년 간 전문의 수급에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올해 인턴 등록을 하지 않은 2900여 명은 내년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하기 어려워져 향후 전문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뒤로 밀리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임의는 전공의 수료 후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1~2년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의대 교수가 되기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전임의는 외래 진료는 물론 환자 입원·전원 등을 결정하고, 입원 환자도 관리한다. 교수들의 진료와 검사 보조는 물론 수술을 돕기도 한다. 교수 대신 수술을 집도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이 전임의까지 하려면 5만 시간 가량을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 A 교수는 “의대에 입학한 후부터 전문의가 되려면 4만여 시간 동안 의학 공부와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후 전임의를 하면 추가로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면서 “의대생이 전임의까지 하게 되면 5만 시간 정도를 투입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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