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2인자' 사고 사망…후계구도 격랑, 중동정세는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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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문제로 주목을 받아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이 여파가 어떻게 퍼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 권력 서열 1위는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그간 차기 최고지도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 만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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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 문제로 주목을 받아온 이란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사망하면서 이 여파가 어떻게 퍼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 권력 서열 1위는 '최고지도자'이기 때문에 정치적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그간 차기 최고지도자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 만큼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고를 두고 일부 음모론도 나오는데 이스라엘 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이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19일(이하 각 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 이후 행방이 묘연했던 라이시 대통령은 20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외무장관까지 사망한 이번 사고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도, 긴급회의 이후 "아무런 차질 없이 국정이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5일간의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외신들은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 이후 이란 정치계에 닥칠 변화에 주목한다. 이란 헌법 제131조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 유고 시 제1부통령이 일시적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고, 50일 이내에 신임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제1부통령 모크베르가 일단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됐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의 마르완 비샤라 수석 정치분석가는 "이란의 정치 체계는 강력한 엘리트 통치와 기능적 견제 그리고 균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라이시 대통령의 부재, 대통령 조기 교체 등으로 인한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블룸버그 등은 강경보수파로 분류되는 라이시 대통령이 그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이어받을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에, 그의 사망이 최고지도자 후계자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아일랜드 매체 아이리시타임스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 후계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재계부터 정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인맥은 최고지도자와 연결된다"며 "하메네이 측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을 우려해 모즈타바를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런던 채텀하우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담당인 사님 바킬은 "히잡 시위 등으로 이란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치솟은 상황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은 국내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번 사고는 그간 소외됐던 실용주의 또는 좌파 성향 정치인들이 부상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의 내부 혼란이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공교롭게도 이란과 함께 중동의 양대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도 건강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다. 20일 일본 정부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이날 방일하려던 계획을 아버지인 국왕의 건강(폐렴) 문제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그간 감산을 통해 유가를 띄우려 해왔는데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은 그 빈틈을 노려 증산해 중국 등에 팔아 자금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달 1일 OPEC+(확대 석유수출국기구) 회의를 앞두고 국제유가와 이란, 사우디 정세에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외신은 라이시 대통령 일행이 타고 있던 총 3대의 헬기 중 라이시 대통령이 탑승한 헬기만 추락한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며 이란과 갈등을 겪는 이스라엘이나 라이시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사고의 배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는 로이터에 "우리는 라이시 대통령 헬기 추락 사고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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