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공백 3개월...복귀 데드라인에도 돌아오지 않았다

안준용 기자 2024. 5.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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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명 중 1600명 어제가 시한
2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사용 공간 복도가 썰렁한 모습이다. 복귀 시한인 이날까지도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았다./뉴시스

사직서를 내고 진료 현장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된 전공의들이 여전히 복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이 넘으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보는 것이 불가능해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늦춰진다. 의료 현장에 꼭 필요한 전문의 수천 명 배출이 지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의 복귀 시한인 20일에도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2월 19일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전국 1만여 명 가운데 1630명이었고, 다음 날(20일)엔 추가로 6183명이 이탈했다. 2월 25일 기준 이탈자는 9006명에 달했다. 2월 19일 떠난 전공의는 지난 20일이 복귀 시한이었고, 다음 날 이탈한 전공의는 21일이 복귀 시한이다.

20일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전공의들을 향해 “개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병원으로 조속히 돌아와 수련에 임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본지가 20일 서울 빅5 병원의 전공의 복귀 현황을 확인한 결과, 복귀자는 아예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른 병원에 비해 2월 19일 이탈한 전공의가 많은 세브란스병원 측은 “복귀 인원이 한 자릿수”라고 했다. 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은 “아직 복귀 움직임이 없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병원을 지키고 있는 레지던트는 전체 1만명 중 600여 명에 불과하다. 내년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 차 레지던트는 2910명이다. 이들이 제때 복귀하지 않으면 2026년이 돼야 시험을 볼 수 있다. 1·2년 차 레지던트도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어가면 향후 전문의 취득 시기가 1년씩 밀린다. 전문의 배출이 지연되면 군의관·공보의 모집 등도 영향을 받고, 정부의 ‘전문의 중심 병원’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대다수 전공의가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 연기를 감수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일각에선 ‘예외 규정과 휴일 등을 감안하면 복귀 시한은 8월’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이탈은 예외로 규정된 부득이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복지부는 이날 전문의 시험 자격과 관련해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 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 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했다. ‘병가’ 같은 사유를 입증하면 수련을 한 것으로 일부 인정해 줄 수 있다는 취지다. 가능한 한 많은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최근 복지부에 공문을 보내 보통 9월에 열리는 의사 국가 시험(국시)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임상실습 시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이 불가피해 예정된 국시를 치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책도 계속 추진 중이다. 의사 인력난에 빠진 병원을 지원하는 ‘시니어 의사 지원 센터’에선 병원 194곳을 대상으로 24일까지 수요 조사를 실시한다. 의료개혁특위는 이번 주 ‘필수 의료·공정 보상 전문위원회’ ‘의료 인력 전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필수 의료 수가(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개선과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안 등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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