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수준 저열한 대북전단 부끄러워...北, 코로나 확산될까 격앙”

김진명 기자 2024. 5.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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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계속되는 文 회고록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 문 전 대통령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서 당시 나눈 대화는 자세히 소개했지만, 김정은에게 전달한 USB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17일 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의 내용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외교·안보 회고록을 표방한 이 책에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4월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서 나눈 대화 등을 자세히 소개했지만 당시 전달한 USB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논란이 있었던 다른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않거나, 불리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북 전단 금지법 논란 언급 없이 “수준이 저열”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우리로서는 인권 규범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규탄 대열에 서면 당장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또 “남북 관계가 어려워지면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자유에 앞서서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중시하는 입장에 서서 생각하면 먀낭 그렇게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 주민의 생존권’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송한 것은 납득되지 않는 일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강제 송환 금지’ 원칙에 위배돼 미국 의회 등에서 국제적 비판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2020년 6월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뒤 제정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서도 문 전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법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샀고,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코로나 시기에는 북한이 (중략) 전단과 풍선 속의 물품이 코로나 병균을 전파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세돼 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북한 측 입장만 설명했다. 또 “수준이 저열한 대북전단은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고 했다.

◇ 서해 공무원 피살 방치, “北에 연락할 길 없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20년 9월 서해를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부르면서 남북 연락 채널이 단절돼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식으로 서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건 당시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으니 국제상선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연락망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뭔가 노력해볼 수 있었을 텐데, 속수무책이었다”고도 했다. 이씨를 사살하고 불태운 북한에 대한 비판은 없다.

서훈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씨의 실종 사실을 은폐하고 ‘월북’으로 몰아가려 했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공소장과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씨는 사건 초기 이를 외교부·통일부에 알리지 못하게 했고, 이씨 피살 후에도 “남북 관계에도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며 보안 유지를 지시했다. 또 이씨의 실종을 월북으로 몰아가게끔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당시 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 지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있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부분들을 회고록에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씨 사망에 대한 유감과 위로, 정부 조치에 대한 반성 등도 나오지 않는다.

◇ 중국에 약속한 ‘사드 3불’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중국 측에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3국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3불(三不) 약속을 해줬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박근혜 정부는 사드의 추가 배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한미일 3국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또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3불 입장이 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그 입장을 이어받은 것”이라며 ‘3불 약속'의 책임을 박근혜 정부에 돌렸다.

하지만 전·현직 외교부 당국자들은 “우리 정부가 내부적으로 어떤 판단을 하는 것과 이를 외교 교섭 과정에서 중국에 ‘확인’ 내지 ‘약속’해주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회고록에서 문 전 대통령도 “(중국에) 한국 정부의 기존 세 가지 입장을 다시 확인해준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9년 12월 4일 국방부가 작성해 장관에게 보고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 관련 협의 결과에 대한 보고’ 문건에는 “한중 간 기존 약속: 3불 합의. 2017년 10월”이란 표현이 있었다.

◊통일장관 “히틀러 신뢰했다가 2차 세계 대전”

문 전 대통령이 비핵화 회담 결렬의 책임을 북한이 아닌 미국에 돌린 데 대한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그런데 그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38년 뮌헨회담 당시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독일 영토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겠다는)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면서 “그 결과로 다음 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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