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떠나는 '3040', 부사관은 더 심각…"봉급도 연금도 희망 안보여"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2024. 5.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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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軍 떠나는 '3040'②]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군사력 순위가 세계 5위로 평가되고 K-방산은 세계 4대 강국 도약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사람이 없다면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단지 초저출생에 따른 병력 부족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군은 미래 변화에 맞춰 이미 과학기술군 전환에 나섰고 여기에는 숙련된 베테랑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소령‧대위‧상사 같은 30‧40대 중견간부들의 조기전역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 보니 핵심 장비를 운용할 인력이 부족해 훈련을 제대로 못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불편한 현실은 수년째 지속돼왔지만 병사나 초급간부 처우 개선 등에 묻혀 외면 당했다. 중견간부는 일종의 '낀 세대'로서 군의 변화에 따른 부담과 책무를 짊어져왔다. 이들이 정년은 물론 연금까지 포기하고 군문을 나서는 이유는 실망과 회의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군 수뇌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단기적 미봉책으론 부족하고 특단의 방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군의 핵심 전력이자 허리 격인 중견간부들의 현실을 3회에 걸쳐 보도한다.
'2024년 국군장병 취업박람회'를 찾은 장병들이 취업 상담을 받고 있다. 고양=황진환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훈련 때 사람 없어 옆 부대서 '품앗이'…조기전역 급증
② 부사관은 더 심각…"봉급도 연금도 희망 안 보여"
③ "나는 이래서 정든 군을 떠났다" K-상사 이야기

육군은 이달부터 사단‧여단급 부대로 인력획득담당관 제도를 확대해 연말까지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참모총장 지휘서신에서 밝혔듯 초급간부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초급간부 중에서도 부사관 쪽 형편은 더 열악하다. 장교도 모집 경쟁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나마 아직은 정원을 채우고 있다.

육군의 올해 1분기 단기전환·임기제 부사관 모집에선 목표 달성률이 37%에 불과했다. 현역 부사관과 민간 부사관 등 다른 모집 경로도 남아있지만 그쪽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해군과 공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육해공군 전체 부사관 보직률은 지난해 91.8%까지 떨어졌다. 필요 인력이 100명이라면 8명이 빈자리인 셈이다.

이는 신규 모집 뿐 아니라 기존 인력인 중견간부까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육군 상사의 경우 희망전역이 2019년 50여명 → 지난해 100여명으로 2배 늘어났다. 해군 상사 희망전역은 같은 기간 45명 → 129명, 공군 상사 희망전역은 60여명 → 170여명으로 각각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방아쇠' 역할…상대적 박탈감

고양=황진환 기자

부사관들은 장교나 병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던 처우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급여 및 수당체계, 주거 등 복지, 전투와 직접 상관없는 잡무 등 근무 환경이 두루 포함된다.

특히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별 이의가 없다. 그로 인한 파급효과를 전혀 살피지 않은 전형적 '포퓰리즘' 행정이라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독자 제공


올해 희망전역한 예비역 육군 상사 A씨는 "내년이면 병장 월급이 지원금까지 합쳐 205만원인데 하사는 세전(월급)으로도 200이 안 넘는다. 거기다 병사들은 식비도 공짜니까 (하사가) 사실상 30만원 정도 적게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역 직전 급여명세표에는 세전 350만 9900원, 세후 실수령액 288만원이 찍혀 있다. 세전 금액은 본봉 + 직급보조비 + 장려수당을 합한 것이다.

정부가 최근 초급간부용 당근책으로 내놓은 장려수당도 부사관들에게는 오히려 상처가 됐다.

장교는 기존 900만원에서 1200만원, 부사관은 75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인상해준 것까진 좋았는데 세금은 부사관들에게만 떼어간 것이다. 그 금액은 240여만원에 달한다.

2021년 부실급식 감사 때 '무전취식' 논란, 자존심에 큰 상처

감시초소(GP). 사진공동취재단

GP‧GOP 등 경계부대에 한해 월 100시간까지 확대된 초과근무수당도 여러 허점을 드러내며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역시 초급간부 사기 진작책으로서 영내 상주 인력에 국한했다. 하지만 중견간부는 똑같이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단지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사 진급을 앞두고 최근 희망전역을 신청한 B씨는 "우리는 해안경계부대라는 이유로 주 6일 근무를 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휴가 이틀이라는 게 마땅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경계부대는 아니지만 '5대기'(5분전투대기) 같은 비상상황에 자주 노출되는 부대 근무자들에서도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역인 C상사는 "5대기에 걸리면 한 달 동안 집에 못가고 하루 세끼를 부대에서 밥 먹어야 하는데 밥값도 비싸져가지고 근무할수록 마이너스가 된다. 진짜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후년 부사관 조기전역 거세질까 우려…연금 수령연한 대거 도래


병장 월급 205만원이 초급‧중견간부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면 2021년 말 감사원의 부실급식 감사는 군 생활에 결정적 회의감을 안겨 준 계기였다.

당시 감사원은 영외 거주하는 간부들이 영내식당에서 사실상 무전취식함으로써 병사들의 급식의 질이 떨어졌다는 식의 결론을 내렸다.

예비역 상사 A씨는 "감사원이 11개 사단에서 하루 평균 간부 475명이 무전취식했다고 했는데, 11개 사단이면 그 밑에 부대가 200개가 넘고 (그렇다면) 1개 부대당 2~3명이 무전취식했다는 얘긴데, 잔반(먹다 남아서 버리는 음식)만 해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며 부풀리기 감사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뒤늦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견간부들의 조기 전역은 당분간 지속되거나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부사관의 경우 2026년 이후 조기 전역 바람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2006년부터 모집 정원이 대폭 확대된 부사관들의 군인연금 수령 연한(20년)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 전에라도 군인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안 그래도 울고 싶은 중견간부들의 등을 떠미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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