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노동자 최저임금 갈등은 ‘을 대 을’ 싸움…상생안 같이 찾아야"[만났습니다]①
"자영업자 어려움은 구조적 문제
노동계·사용자·정부 머리 맞대야
근기법 확대해 노동약자 보호해야
근로시간 단축시 사용자도 좋아져"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최저임금 심의 현장에선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격돌이 일어난다. ‘을대 을’ 싸움이다. 상생하는 방안을 같이 찾아보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같은 제안을 할 계획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21일 시작되는 가운데,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근로자위원 간사인 류기섭(사진) 한국노총 사무총장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심의위는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류 총장은 “산업전환에 따라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고, 업종 내 경쟁으로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국가적으로도 살펴봐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에 대해선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주는 업종은 구인난이 심해져 사양업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류 총장과의 일문일답.
-내년 최저임금, 얼마가 적정하다고 보나.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노동계에서) 1만원을 주장한 게 10년이 넘었다. 지난해 심의시 올해 최저임금은 1만원을 돌파할 것으로 다들 예상했다. 하지만 2.5% 오르며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현 최저임금에선 1.5% 올리면 1만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이만큼만 올려도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최저임금 로드맵이 ‘동결’로 연결된다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가 뜨겁다.
△한국에선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1988년 한 차례 차등 적용하고 이후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선 차등 적용 시 국가 최저임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차등한다. 이마저도 부정적 효과가 많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수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왜 이제 와서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건가. 그것도 상향식(더 높은 수준의) 차등적용이 아닌 하향식으로 말이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최저임금 심의 현장에선 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격돌이 일어난다. 이건 ‘을대을’ 싸움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자영업자, 특히 영세소상공인 부담이 늘어나는 점을 이해 못 하는 바가 아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어려움이 정말 최저임금 때문인지를 봐야 한다. 상승하는 임대료, 프렌차이즈의 경우엔 관련 수수료 등의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자영업자 어려움 해소 방안을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제안 올해도 할 계획인가.
△기회가 있다면 할 거다. 정부 참여도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산업 전환에 따른 요인도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 회사에서 나와 자영업으로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골목상권에서 경쟁은 그만큼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문제다.
“주 4일제로 노동자-사용자 ‘윈윈’ 가능해”
-노동분야 주제로 최근 열린 민생토론회는 어떻게 봤나.
△대통령에게서 노동약자 지원 메시지가 나온 것엔 환영한다. 미조직 노동자 보호를 위한 공제회, 분쟁조정협의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론 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하다. 누구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근로자 개념도 확대해야 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노동법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 문제는.
△한국노총의 최종 목표는 근로기준법의 온전한 적용이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법 보호는 못 받지만 근로기준법 보호는 받고 있다. 그런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조차 소외돼 있다. 노동법 사각지대다. 이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노동법이다. 별도의 법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단호히 ‘아니다’고 얘기하고 싶다. 5인 미만 사업장과 이상 사업장을 분리시킬 뿐이다.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면 될 문제다.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노동시간 감축은 노총만의 주장이 아닌 국민들이 하는 얘기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임금 보장이다. 임금 저항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최종 목표다. 다만 한국은 다양하게 임금이 책정되고 있다. 월급제는 임금을 보장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텐데, 시간제나 일급제는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임금 보장하며 근로시간 단축시 부작용은 없나.
△세브란스 병원이 4.5일제를 시범시행한 후 이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보고서가 있다. 근로환경이 개선되면 노동자와 사용자가 ‘윈윈’하게 된다. 과거 주 40시간 도입한다고 했을 때 ‘나라 망한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등 반발이 엄청나게 셌다. 주 40시간으로 단축하고 그렇게 됐나. 생산성은 일의 집중도 차이지 근로시간 문제는 아니다.
-정년연장 문제도 화두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서 사용자 측에선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정년 이후의 임금을 주장한다. 그런데 고령화에 따라 노동시장 역시 고령화되고 있다. 현재 60세가 일하는 것과 61세가 일하는 게 같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정년연장의) ‘65세’는 최소치다. 일할 능력이 있으면 그 이후 (사용자가 주장하는) 계속 고용하라는 거다.
-청년들 가운데 정년연장 반대 목소리가 있다.
△정서적 문제라고 본다. 정부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연장이 청년고용과 대립관계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고서가 많다. 연금수급 연령도 65이지 않나.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 숙제가 사실상 22대 국회로 넘어갔는데.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들이 숙의과정을 거쳐 도출한 소득대체율 50% 안은 국민들이 내놓은 안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논의조차 되지 않고 43%냐 45%냐로 싸우다 무산됐다. 이해하기 어렵고 (43%든 45%든) 이 안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평균 수령액이 66만원에 불과하다.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국가 책임이 더 필요하다. 군인연금,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책임지고 있지 않나. 국민연금에도 재정을 들여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멈췄는데.
△공무원 ‘타임오프’ 문제인데, 사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한국노총 입장에선 공무원 타임오프 심의기구 공익위원 선정 과정에서의 갈등도 풀어내지 못하는데 사회적 대화로 더 큰 사안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있다. 사회적 대화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가시적 성과가 있다면 사회적 대화는 바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969년 거제 출생 △부산대 사회복지학 학사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노조위원장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현 한국노총 사무총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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