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상공서 드론이 ‘구름 씨앗’ 뿌려… “인공강우로 산불 막을 것”
구름에 수분 흡수하는 물질 투입… 물방울 크게 만들어 눈-비 생성
대기 촉촉하게 해 산불 위험 낮춰… 내달 전용 항공기 2대로 실증
미국-중동 등 37개국서도 실험… 미세먼지-안개 피해 예방 효과도
2일 강원 평창군 구름물리선도관측소. 복창 3초 후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검은색 무인기(드론) 한 대가 날아올랐다. 지상 30m 즈음까지 올라간 드론에서 불꽃이 튀면서 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국립기상과학원 차주완 기상응용연구관이 드론을 가리키며 “지금 흩어지는 연기에 인공 비를 내릴 수 있는 ‘구름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가뭄이나 산불이 닥쳤을 때 헬기 몇 대를 동원해 찔끔찔끔 물을 붓는 모습을 보자면 ‘하늘에서 시원하게 비를 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인간은 정말 인공 비를 내릴 수 있을까, 인공강우 기술 능력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 86%… 산불 예방 목표”
차 연구관의 설명에 따르면 인공강우는 ‘구름에 구름 씨앗을 뿌려 수확하는 과정’이다. 우선 구름에 요오드화은, 염화칼슘 등 수분을 빨아들이는 흡습성 화학물질(구름씨)을 뿌린다. 영하 날씨에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같이 구름 속의 얼음 결정을, 영상 기온에는 염화칼슘 염화나트륨 등 구름 속 수증기를 잡아당기는 물질을 구름씨로 쓴다. 몸집을 키운 물방울은 지상에 눈이나 비로 떨어진다. 즉, 인공강우는 습도가 높고 구름이 낀 날 내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의 인공강우 연구는 최근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 인공강우 실험은 1963년으로 기록되지만 연구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6년 구름물리선도센터를 만들고, 2017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지원을 위해 기상항공기를 들여오면서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2020년 65%에서 2023년 86%까지 올랐다.
기상청은 올 2월 주요 정책 추진 계획에서 기후위기로 한반도 산불 위험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인공강우 실험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8년까지 건조한 산에 인공 비를 뿌려 촉촉하게 습도를 높여 산불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다만 국립기상과학원 이용희 기상응용연구부장은 “산불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인공 비를 내려 불을 끌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 세계 각국 인공강우 프로젝트 150개 이상
세계 각국도 인공강우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이나 중동 사막 국가 등 고질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국가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 러시아 태국 등 전 세계 37개 국가에서 150개 이상의 인공강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하루 동안 거의 2년 치 폭우가 쏟아지며 도심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서는 두바이의 인공강우 실험 프로젝트로 인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는 현재 기술상 어렵다고 일축했지만 이런 추측이 나올 만큼 그간 두바이가 인공강우 연구에 적극적이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 관련 예산으로 올해 73억 원을 편성하고 다음 달부터 인공강우 전용 항공기 2대를 도입해 실증 실험을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인공강우뿐 아니라 태풍 등 위험기상과 미세먼지, 온실가스 관측 등을 하는 종합 항공기 ‘나라호’ 1대뿐이다. 국립기상과학원 이철규 관측연구부장은 “그동안 수송기 한 대로 하던 실험을 여러 대로 진행하면 구름씨를 연쇄적으로 뿌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강우 속 인공물질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부장은 “현재 인공강우 실험으로 내린 물방울을 회수해 한국환경공단에 성분 분석을 의뢰하고 있는데 염소 등의 불순물 농도가 위험 기준치에 비해 매우 낮아 안전하다. 최근에는 점토나 셀룰로오스 등 친환경 신물질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인공강우를 포함해 기상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기술은 인류의 꿈의 기술”이라며 “기술이 발달하면 산불 조절이나 미세먼지 저감, 우박이나 안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인공강우 기술 연구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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