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전주완주통합'에 막힌 '전북 재도약'…각자 입장만 재확인
"전라북도가 생겨난 지 128년 만에 이런 원탁회의 처음이다."
20일 전북 재도약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에서 장세환 전 국회의원은 "이대로 가면 전북은 몰락할 것"이라면서 "이런 원탁회의가 열린 것 자체가 이대로 가면 '전북은 망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정말 반갑다"고 말문을 열었다.
장세환 전 의원의 지적대로 전북도가 생겨 난 후 처음으로 시민사회와 정치,학계, 노동계,종교계, 문화,정치권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열린 원탁회의에서는 전북 정치권을 향한 쓴 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기도 했다.
장 전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원을 할 때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정치인끼리, 또 단체장과 정치인 간의 단결과 협력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통부터해야 하는데 서로 간에 잘 안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위기의 전북을 보여 주는 대표적 현상으로는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인한 '새만금 SOC예산의 대폭적 삭감'을 비롯해 '정부의 전북 홀대', '인구 급감으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 'KCC농구단의 타 지역 이전' 등이 꼽힌다.
이같은 전북 위기 현상을 타개하고 재도약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원탁회의였지만 결과적으로 주된 논쟁 소재는 또 '새만금 개발과 연계된 인근 지자체간의 해결되지 않는 갈등' 문제와 '전주완주 통합 논쟁'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재도약을 위한 주요현안과 과제'라는 발제를 한 전북연구원 이남호 원장은 전북이 호남권 2대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속 갈등을 빚고 있는 새만금 지역 주변 지자체인 군산과 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을 묶어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지자체로부터는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이건식 전 김제시장은 "새만금개발사업이 33년 동안 지지부진한 이유는 역대 정권의 관심과 예산부족"이 문제라면서 "군산과 김제, 부안에 대해 무조건 통합만 하자고 하는데 김제는 통합보다 관할권, 행정권 등 번지수를 먼저 부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통합 얘기는 김제보다 많은 특혜를 보고 있는 군산의 '흡수통합' 저의가 숨겨져 있다"고 본다면서 "김제시민들은 오히려 군산보다는 전주하고 통합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임준 군산시장도 "원탁회의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하나의 의견만 옳은 것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원탁회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면서 "전라북도의 발전이 전주권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완주군의회 이주갑 의원은 "이날 원탁회의에서 완주군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주완주 통합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제시하는데 군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그러한 발언들은 매우 비민주적이고 맞지 않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또 "전주권에서 통합을 찬성하는 발언을 하면 '선'이고 완주권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악'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고 GRDP 지역내 총생산 역시 전북 14개 시군 가운데 완주군이 가장 앞서고 전주는 13번째로 알고 있다"며 "그동안 전주발전을 위해 노력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 완주전주 통합보다 전제돼야 한다"고 전주완주 통합론을 반박했다.
이날 전북 재도약을 위한 원탁회의는 전북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을 한데 모아 '위기의 전북'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해서 "모든 것을 통 크게 양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주제 발제와 주요 참석자들의 관련 논의가 30년 묵은 '새만금과 전주완주 통합' 논의에만 국한됐고, 갈등을 겪는 지자체들을 설득하면서 상생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전북 재도약 방안'이라며 일방적으로 던져 진 제안들이 오히려 갈등 양상을 부추기는 불 쏘시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오래된 현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원탁회의 관계자나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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