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사법체계, 정쟁 트로피로 전락해선 안 돼”
이원석 검찰총장이 20일 검찰 내부망에 “2년 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졸속 집행되는 결과를 봤다. 형사사법 체계가 정쟁의 트로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최근 22대 국회 개원(30일)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에서 “검수완박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총장이 올린 글은 지난 18일 ‘국민을 위한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의 모색’ 학술대회에 참석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총장은 글에서 “극단적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형사사법 시스템이 정쟁의 산물이 되는 과정에서 불과 2년 전 ‘검수완박’ 법안이 발의부터 공포까지 단 18일 만에 졸속으로 집행되는 결과를 지켜봤다”면서 “당시 제도 도입의 필요성 여부, 도입 시 장단점, 예상되는 문제점 등에 대한 아무런 연구와 토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어 “사법 체계는 오로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관점에서 논의되고 설계되고 구성돼야 한다”며 “다른 목적에서 (사법 체계를) 일단 고쳐보고, 또 고치면 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간 형사사법체계의 변화가 기본권을 보호하고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지 자문해보면, 누구도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2년 4~5월 통과됐다. 이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2개로 줄었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보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최근 토론회를 열어 “(22대 국회) 개원 후 6개월 이내에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검찰청법 폐지와 기소청 설립, 검사의 수사 권한 삭제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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