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車] 운전 시비 끝에 폭행…상대방 사망했으나 집행유예, 이유는?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운전 도중 시비가 붙어 폭행을 가해 상대방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숨진 상대방은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재판부가 이를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안복열)는 최근 폭행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해 폭행 혐의를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안복열)는 최근 폭행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 대해 폭행 혐의를 적용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A씨는 지난해 7월 22일 오전 6시 30분쯤 경기 남양주시 한 도로에서 트럭을 운전하다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운전자 B씨와 시비가 붙어 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그는 B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넘어뜨려 가슴을 누르는 등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몸싸움이 끝난 뒤에야 발생했다. 차량으로 돌아가던 B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어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한 시간여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이다.

경찰은 당시 상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해 A씨를 폭행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그를 입건했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주먹을 휘두르긴 했지만 모두 빗나갔다"고 주장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B씨는 평소 고도의 심장동맥 죽상경화증과 급성허혈성변화를 앓고 있었다. B씨 본인조차 자신의 질환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운전 도중 시비가 붙어 폭행을 가해 상대방을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정소희 기자]

이 같은 부검 결과 토대로 국과수는 A씨의 폭행이 B씨가 사망에 이르도록 촉발·악화했을 수도 있다는 소견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B씨의 병력을 미리 알 수 없을뿐더러 그의 폭행 수위가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피해자에게 가한 물리적 외력만으로 심장 이상을 일으켜 사망한다는 것은 피고인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일반인이 예견할 수 있는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폭행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과 피해자 측을 위해 1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