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수도 피해액도 수십배 급증… 문자 피싱 피해 국제 공조 강화해야
인류 역사의 가장 큰 전환점은 ‘불’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불은 인간의 생존 방식을 변화시키며 문명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시대의 불은 무엇일까? 신(新)기술과 디지털 전환(DX)일 것이다.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6G), 양자컴퓨팅 등의 신기술이 산업은 물론, 학교와 일터 등 일상까지 스며들며 우리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뒤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서 한 가지 우려가 든다. 혹시 우리 모두가 이 강력한 불이 내뿜는 환한 빛에 눈이 멀어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기술은 필연적으로 전례 없던 위협을 동반해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이버 범죄는 지난 2018년부터 5년 동안 무려 54%가량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민의 지갑을 노리는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 건수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단 1년 만에 13배가량 급증했다. 피해액 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 2억원이었던 피해액은 2022년 41억원이 돼 2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렇듯 사이버 범죄가 무고한 국민의 일상까지 망가뜨리는 실정인데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가 과연 장밋빛이기만 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우리나라 국제 정보 보호 지수(GCI)는 194국 중 4위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또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월 침해 사고 대응 체계 성숙도를 평가하는 유럽 보안 인증제(TI) 최고 등급을 획득하며, 사이버 보안 강국으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정립했다.
문제는 사이버 보안이 그저 ‘우리만 잘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데 있다. 신기술은 국경을 넘어 모든 것이 초연결되는 사회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도 최근 글로벌 범죄 흐름을 예측하며 신기술 발전으로 인한 국가 주도 범죄 증가와 네트워크 확장 등 사이버 범죄의 위험성을 집중 조명한 바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사이버 안보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삼으며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실천으로 지난해 4월 미국과 ‘전략적 사이버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한 데 이어, 11월에는 영국과 사이버 생태계 및 복원력 강화, 악의적 사이버 위협 탐지‧와해 및 억지 등을 위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렇듯 국제 공조 메커니즘이 진화해야 할 시점이며, 동시에 우리는 기존 역할을 뛰어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단순히 우리의 사이버 보안 수준을 인정받는 것을 넘어 글로벌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사이버 공격에 대한 선제적 대응 태세 확립을 위해 사이버 공격 탐지력을 강화하고, AI 기술을 활용한 해커 조직 활동 무력화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AI 시스템 취약점 대응을 위한 ‘레드팀’ 신설 등 우리의 선진 기술을 알리고 협력하는 데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아‧태 지역 침해 사고 대응팀 협의회(APCERT) 의장국으로 당선된 만큼, 사이버 보안 국제 공조 체계를 더욱 주도할 책무가 있다.
인간은 불을 ‘활용’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불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여전히 화재, 방화,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을 받는다.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품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안전한 대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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