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주의역사저널] 경복궁 전각에 깃든 민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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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경복궁을 찾았다.
1394년 10월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결정된 후 11개월 정도가 지난 1395년 9월에 북악산을 등지고 경복궁이 자리를 잡았다.
경복궁은 태조 이성계의 참모 정도전이 왕명을 받들어 건설한 궁궐이었다.
이처럼 경복궁과 건물 이름 하나하나에는 왕도정치와 민본정치를 실천하려는 조선왕조의 이념이 잘 구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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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절약 모범적 실천의지 담긴 755칸
1394년 10월 한양이 조선의 수도로 결정된 후 11개월 정도가 지난 1395년 9월에 북악산을 등지고 경복궁이 자리를 잡았다. 경복궁은 태조 이성계의 참모 정도전이 왕명을 받들어 건설한 궁궐이었다. 궁궐이 완성되자 태조는 정도전에게 궁궐의 이름을 지을 것을 명했고, 이때의 상황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1395년 10월 7일 태조는 정도전에게 “그대는 마땅히 궁전의 이름을 빨리 지어서 나라와 더불어 한없이 아름답게 하라”며 새 궁궐의 이름을 지을 것을 명하였고, 정도전은 ‘시경(詩經)’의 주아(周雅) 편에 있는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부르니 군자는 영원토록 그대의 경복(景福:크나큰 복)을 모시리라’라는 구절을 떠올렸다. 태조가 궁궐 완성을 기념하여 잔치를 베풀면서 술에 취한 모습을 기억하고, 왕이 덕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궁궐 이름에 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정도전은 ‘춘추(春秋)’의 ‘백성을 중히 여기고 건축을 삼가라’고 한 구절을 인용한 후, 왕은 넓은 방에서 한가히 거처할 때에는 빈한한 선비를 도울 생각을 하고, 전각에 서늘한 바람이 불게 되면 맑고 그늘진 것을 생각해 본 뒤에 거의 만백성을 봉양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하였다. 유교 국가에서 왕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은 민본, 민생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정도전은 ‘경복궁’이라는 궁궐 이름과 함께, 건물의 성격에 맞는 뜻을 담아 이름을 정했다. 최고의 건물인 근정전(勤政殿)의 이름에는 왕이 무엇보다 백성을 위해서 부지런히 일해야 함을 담았다. 특히 부지런히 할 바를 알아 부지런해야 한다고 하면서, 아침에는 정사를 듣는 것, 낮에는 어진 이를 찾아보는 것, 저녁에는 법령을 닦고, 밤에는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참된 부지런함이라고 적시하였다. 왕의 집무 공간인 편전(便殿)의 이름은 사정전(思政殿)으로 정했다. 생각하고 생각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침전인 강녕전(康寧殿)은 ‘서경’ 홍범(洪範)의 오복(五福) 중에서 세 번째 복인 ‘건강하고 평안하다’는 ‘강녕’의 이름을 취하였다. 강녕전의 부속 건물인 연생전(延生殿)과 경성전(慶成殿)의 이름에는 천지 만물이 생성되는 뜻을 담으면서, 왕실 자손들의 번성을 기원하고 있다.
처음 경복궁이 완성되었을 때의 전체 규모는 755칸 정도였다. 1868년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경복궁의 규모가 7200여 칸임을 고려하면 경복궁의 처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성리학 이념을 담아 건국한 왕조였던 만큼 왕의 공간에서부터 모범적으로 검소와 절약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정신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복궁과 건물 이름 하나하나에는 왕도정치와 민본정치를 실천하려는 조선왕조의 이념이 잘 구현되어 있다. 경복궁과 건물의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들을 알고 경복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신병주 건국대 교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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