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반인성 사회와 인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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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죽었다.
하나는 교제 살인, 또 하나는 인성 교육의 부재다.
문득 '인성도 교육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성도 교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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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주 전, 강남 한복판에서 사람이 죽었다. 가해자는 명문대 의대생. 동갑내기 여자친구의 경동맥을 흉기로 20여 차례 찔렀다.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다. 명문대에 입학한 한 청년은 같은 과 여자친구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인성 대신 지성만 갖춘 자들이 벌인 범죄였다.
현대 과학에서 인성은 뇌과학의 영역으로 연구된다. 최근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들이 안와전두엽 부위의 기능장애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무엇보다 교육으로 이러한 장애를 극복한 사례들이 주목받았다.
사이코패스 연구 전문가이며 ‘괴물의 심연’ 저자인 제임스 팰런 교수는 자신의 안와전두엽이 사이코패스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알고 보니 그의 조상 중엔 악명 높은 살인자들이 즐비했다. 반사회적 성격의 유전을 갖고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팰런은 주먹을 휘두르거나 위험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이 폭력 전과가 없는 자상한 가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올바른 양육과 교육 덕분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뇌가 100%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뇌 발달을 극대화하는 뇌기반교육이 현장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 때 인성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좋은 인간성이 나타날 수 있다.
중학교 교사 A씨에게 학교에서 인성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물었다. ‘답답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도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오죽하면 2015년 세계 최초로 인성 교육을 의무화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했겠냐고 되물었다. A씨가 다니는 학교의 사업 보고서엔 다양한 인성 교육 로드맵이 제시돼 있었다.
그러나 법은 현장을 모른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A씨는 인성 교육이 학교 혼자만의 일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육 3주체라 불리는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성 지도에서 학부모, 학생들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 순간 깨닫는다고 했다.
또다시 공교육의 붕괴가 문제로 지목됐다. 권위와 권력 모두 추락한 교육 현장에서 예와 정직, 책임과 존중, 배려와 소통을 가르치기가 버겁다고 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1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시에도 공교육 붕괴에 대한 칼럼을 썼다. 무너진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 구성원이 됐을 때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교권 추락이 한순간에 이뤄졌듯이 언제 사회가 모래탑 무너지듯 으스러질지 모른다고도 했다.
반(反)인성 사회를 하루가 멀다고 마주한다. 지금이라도 인성 교육이 가능한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사람이 죽는다.
이예림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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