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해병대원 특검법 거부키로...야권, 탄핵 거론하며 압박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 처리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10번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공수처와 경찰이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이 특검을 강행하려는 만큼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특검이 여야 합의 없이 도입된 사례가 한 차례도 없는 점도 거부권 행사 이유로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수사 결과를 보고 국민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했었다.
이에 따라 2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 윤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재가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통해 거부권 행사 취지를 직접 설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 삼아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며 “민심을 거역한 권력 남용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이라는 취지의 메시지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김민석 의원은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통령 탄핵 요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는 언급에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 어느 시기에는 탄핵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 6곳도 대여(對與) ‘특검 압박’에 가세했다. 이날 야당 지도부 인사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내정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 새로운미래 김찬훈 정책위의장, 정의당 김준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해병대원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을 경우 ‘장외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명령 거부 행위로 규정하고 당력을 집결해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어 22~23일 잡힌 22대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규탄 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25일에는 야(野) 7당 및 시민사회 공동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는 계획도 세웠다. 22대 국회 개원(開院)을 앞두고 ‘거리의 정치’가 시작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21대 국회 종료 직전인 28일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안을 재표결하는 계획도 세워놨다. 재표결이 부결될 경우에는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발의하기로 했다.
한편 해병대원 사망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차례로 불러 조사한다. 공수처는 두 사람의 대질 조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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