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혐의도 눈덩이…'음주 뺑소니' 김호중, 검·경도 '예의주시'[이슈S]
[스포티비뉴스=정혜원 기자] "저는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뒤늦게 자백한 김호중. 그러나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김호중은 19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그가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지 열흘 만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진로 변경 중 맞은편에 있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 사고 피해자인 택시 운전사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김호중은 사고를 낸 후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 사고 2시간 후 그의 매니저가 자신이 운전자라며 김호중의 옷을 바꿔입고 경찰에 자수했고, 김호중 소속사 본부장이 김호중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파손하는 등 조직적 은폐 의혹도 일었다.
이들의 각종 수상한 행적들이 이어지자 김호중은 음주운전 의혹을 받았다. 음주운전이 아니었다면 굳이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지 않았을 것이고,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훼손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호중은 줄곧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강력 부인했다. 김호중의 친척 형이자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는 매니저가 대신 자수한 것은 자신이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며 김호중이 뺑소니를 저지른 이유는 공황 때문이며 음주는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호중의 거짓말은 들통났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돼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변 감정 결과를 전달했다. 음주 정황을 뒷받침하는 각종 CCTV와 김호중의 의 사고 전 행적도 속속 드러났다.
김호중은 커가는 압박 속에서도 지난 11일 12일 고양 공연에 이어 18일과 19일 경남 창원에서도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을 강행했다. 그는 공연 도중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를 믿은 팬을 뒤로한 채, 김호중은 19일 공연이 끝난 직후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콘서트가 끝난 시점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또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김호중은 자신의 팬카페에 "술을 한잔이라도 입에 대면 핸들을 잡으면 안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라며 "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하여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파한다는 걸 꼭 굳이 직접 겪지 않아도 알아야 어른의 모습인데 참으로 어리석은 저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다. 죄 지은 사람이 말이 길면 뭐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돌아오겠다"는 대목을 두고 김호중이 자숙도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 벌써부터 복귀각을 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호중의 자숙없는 행보는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오는 23일, 24일 양일간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이하 '슈퍼 클래식')에 출연해 또 한번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20일 '슈퍼 클래식' 주최사인 KBS는 주최 명칭 사용 계약을 해지하고 주최 명칭 및 로고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공연은 예정대로 열릴 예정이고, 주관사인 두미르는 일정이 촉박하기에 대체 출연자를 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호중이 공연을 강행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슈퍼 클래식'은 티켓 가격이 15~23만 원으로, 예매 시작과 함께 양일 공연 2만석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고 전해지는 등 티켓 매출이 약 4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김호중의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김호중이 후회하고 있다며 수일 내로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을 포함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팬들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 변호사는 "김호중은 이번 사건을 통해 죄가 죄를 부르고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라며 "경찰과 일정을 조율해 오늘 오후 김호중이 자진 출석해 조사받고 국민들에게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 사정으로 조사가 연기됐다. 신속히 김호중과 소속사의 입장을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판단해 어젯밤 늦게 입장문을 알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 측은 당초 김호중과 출석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바 없다는 반응으로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주요 피의자가 출석을 희망한다고 해서 바로 조사를 받는 건 아니다"라며 "출석 여부와 일정은 수사 일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호중 변호사의 입장마저 거짓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이 인다.
김호중의 거듭된 음주 혐의 부인에 더욱 철저한 수사로 압박에 나섰던 경찰은 물론 검찰도 김호중을 예의주시 중이다. 대검찰청은 "사고 후 의도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에 대한 입증 부족으로 무죄가 선고되는 등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음주 측정 거부라고 평가할 수 있는 행위"라며 처벌규정 신설을 건의하고 나섰다.
이에 더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같은 추가 음주를 비롯해 이른바 '운전자 바꿔치기', 계획적 허위 진술과 진상 은폐, 증거 인멸 등 사법 방해 행위에 엄정 대응하라고 이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이 총장은 "수사단계에서부터 경찰과 협력해 관련 처벌 규정을 적극 적용하고 형사소송법상 증거인멸·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 판단에 (사법 방해 정황을) 적극 반영하라"고 했다. 김호중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음주 뺑소니만도 중한 죄인데, 거듭된 얄팍한 거짓말은 결국 더욱 큰 눈덩이가 됐다. 여러 혐의가 눈덩이 처럼 불어난 가운데 괘씸죄도 더해졌다. 거짓말은 가득한데 자숙 없은 김호중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부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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