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부산 표방했는데…외국계 금융사 다 떠났다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2024. 5. 2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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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중심지를 표방하는 부산에 정작 외국계 은행의 한국 본사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부산에 소재한 일본 야마구치은행이 38년만에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폐업 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야마구치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부진과 인건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겹치면서 최근 9년 연속 적자를 봐 왔다"며 "부산·경남 지역 지방은행 영향력에 밀려 외국계 은행으로서 영업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도 국내 철수의 배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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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야마구치 은행 부산 지점
경영부진에 38년 만에 철수
국내銀에 밀리고, 인건비 부담도
말만 ‘금융중심지론’ 한계
부산국제금융센터 [사진 = 연합뉴스]
국제 금융중심지를 표방하는 부산에 정작 외국계 은행의 한국 본사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부산에 소재한 일본 야마구치은행이 38년만에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폐업 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야마구치은행은 최근 누적된 적자와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 은행이 철수하고 나면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166개 본사는 모두 서울(164개사)과 수도권(2개사)에만 위치하게 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야마구치은행 부산지점 폐업 인가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야마구치은행은 지난 3월 22일 부산지점에 대한 폐업 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고, 금융당국은 지난 3일부터 17일까지 관련 의견 접수를 받았다. 야마구치은행은 국내에서 부산지점 1곳만 운영하고 있어 이번 지점 폐업은 한국 시장 철수로 해석된다.

야마구치은행은 1986년 부산에 진출해 38년 동안 수산물 수출입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금융 영업활동을 전개해 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야마구치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부진과 인건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겹치면서 최근 9년 연속 적자를 봐 왔다”며 “부산·경남 지역 지방은행 영향력에 밀려 외국계 은행으로서 영업 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도 국내 철수의 배경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야마구치은행이 국내에서 철수하더라도 정책 방향이나 국제 신인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야마구치은행은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산 총액 7조2512억엔(63조1275억원)에 달하는 규모를 지녔지만 한국 내 자산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308억원에 불과하다. 국내에 진출한 대형 일본계은행인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한국 내 자산 총액만 각각 16조원과 9조원에 달하는 것과 대비해서도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국제 금융 중심지를 표방하는 부산 입장에서 야마구치은행의 국내 철수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야마구치은행은 2009년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부산에 본점을 두고 활동해 온 외국계 은행이기 때문이다. 이달 중 금융위로부터 이 은행 부산지점에 대한 폐업 인가가 결정되면 부산에 본사를 둔 외국계 은행은 사라지게 된다.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 중 한국 본사를 둔 곳은 총 167개로 서울에만 164개가 모여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부산과 인천, 경기 일산 등에 각 1개가 있다. 부산이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외국계 금융사는 없다.

금융권에서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없이는 앞으로도 지방에 외국계 금융사 한국 본사 유치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업이라는 게 굉장히 보수적인 업종”이라며 “우리나라 은행들도 외국에 나가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금융중심지라는 푯말만으로 영업에 애로가 예상되는 외국계 금융사들을 유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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