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투쟁 관심 없어” 노조에 등돌린 MZ...양대노총 “춘투 없다”
올해는 노동절 후 상의회장과 만찬
회계공시에 민주노총도 참여
산업현장보다 거리로 나섰던 노조가 윤석열 정부 들어 파업 카드를 최소화하고 있다.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지속일수는 짧았다. 지난해 노사분규 지속일수는 9.4일로 역대 최초로 10일 이하를 기록했다.
개별 기업의 현안보다는 정치파업에 몰두했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장외 투쟁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잇따른 파업으로 대정부 공세 수위를 높였던 한국노총이 올해는 장외 투쟁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도 잠잠하기는 마찬가지다. 관행적으로 춘투로 정부를 압박했던 양대노총이 변화한 모습이다.
특히 한국노총은 작년 5월 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장외전에 돌입했었다. 6월 최저임금 인상 투쟁, 11월 전국노동자대회 등 투쟁일정을 줄줄이 예고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올해는 특별히 춘투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쟁의 강도는 정부 노동정책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총선 이후 국회 지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대국회 활동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올해는 민주노총 창립 30주년인 만큼 그와 관련된 행사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춘투 계획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춘투’로 대표되던 노조의 파업이 잦아든 것은 정부가 지난 2022년 화물연대 파업에서 원칙적 대응을 내세워 강력 대응한 이후 노조의 강경투쟁이 사라진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정상 운행을 방해하며 트럭에 새 총을 쏘는 조합원을 체포했다. 결국 화물연대는 투표를 통해 16일만에 파업을 철회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작년 화물연대 파업에서 화물 노동자만 고립되는 양상을 확인했다”며 “전반적으로 거리밖으로 나가자는 구호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반발에도 정부가 회계공시 의무화를 강행하며 노사법치주의 기조를 꺾지 않은 것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민주노총의 경우 내부 결속 악화도 파업 동력 상실에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총선에서 현 민주노총 지도부는 진보당 계열을 지지했으나, 이에 반발하는 노총 내 이견도 많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NL(민족해방) 계열 ‘전국회의파’로 분류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내부에서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지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며 “이런 갈등의 영향으로 예전에는 화물 파업에 철도가 결합하는 등 산업이 달라도 연대했는데, 연결고리가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양대노조의 정치투쟁에 대한 노동계 내부의 자성도 나온다. 제3의 길을 표방하는 MZ세대 위주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새로고침 관계자는 “임금 협상 기간도 아닌 봄에 일터를 떠나 거리로 나간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며 “근로조건 개선 등 시민들이 공감하는 선에서 노조활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의지가 파업 감소에 영향을 줬다”며 “노조비 비리나 유령노조 같은 내부 문제를 덮어두고 거리 밖으로 나서는 경우 역풍을 불 수 있다는 점을 노조 내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교수는 “다음 국회가 구성된 이후 민주당에 기대 노란봉투법, 타임오프제 확대 등 요구를 관철하려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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