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은 영안실에 있는데”…거제 폭행男, 구속심사 안 나타났다

신변 노출 우려해 심사 불출석…法, 서면 심리로 구속영장 발부

전 여자친구 폭행치사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왼쪽)과 숨진 20대 여성. JTBC 보도화면 갈무리

 
경남 거제에서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신변 노출을 우려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김세용 부장판사는 20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신변 노출 우려와 심리적 압박 등을 이유로 이날 열릴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법원은 서면 심리를 거쳐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달 1일 오전 8시쯤 경남 거제에 있는 전 여자친구 B씨의 원룸 비밀번호를 누르고 무단 침입해 머리와 얼굴 등을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B씨가 전날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0일 오후 경남 통영시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에서 열린 가운데 피해자 유가족이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영=뉴스1

 
B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등으로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패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지난달 10일 숨졌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 사망 원인이 폭행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구두 소견을 냈다. 경찰은 이후 국과수에 조직 검사 등 정밀 검사를 의뢰했고, 국과수는 최근 “B씨가 머리 손상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B씨 부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 전 재판부에 A씨 구속 수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B씨 모친은 “가해자는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유흥을 즐기며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제 딸은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한 채 차디찬 영안실에 누워 있다”며 “법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처벌로 가해자에게 그의 행동이 가져온 파장을 명확히 인식시켜 주시길 바라며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저희는 장례를 계속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구속됨에 따라 피해자 부모는 오는 25일 미뤄둔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