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사 그만둬야 하나”…수확하고도 웃지 못하는 농심
[KBS 제주] [앵커]
마늘 2차 생장, 이른바 '벌마늘'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제주지역 최대 마늘 주산지인 대정농협에서는 오늘(20일)부터 올해산 마늘 수매를 시작했습니다.
자연재해로 멍든 농심은 마늘을 수확하고도 웃지 못했습니다.
민소영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오뉴월 뜨거운 봄볕 아래 마늘밭에선 수확이 한창입니다.
일일이 캐낸 마늘을 밭고랑에 깔아놓고, 쪼그리고 앉아 말린 마늘 줄기를 하나하나 잘라냅니다.
이렇게 거둔 통마늘을 빨간 망에 가득 채워 실어 오면, 망을 뜯어 수확한 마늘 크기와 모양을 꼼꼼히 확인하고, 마늘쪽이 벌어졌거나 또다시 싹이 난 건 없는지, 한 번 더 골라냅니다.
대정농협에서 정한 올해산 마늘 수매 단가는 상품 1kg당 3천800원, 평년 수준을 웃도는 가격이지만 농가 한숨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이현식/마늘 농가 : "멀쩡한 마늘이 별로 없습니다, 올해는. 한 40%도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일등 상품. 50% 이상 된 밭도 있고, 평균 40% 이상은 벌마늘이 생겨버렸어요."]
계약 재배 물량을 채우지 못한 농가가 숱합니다.
전국 첫 수매가 이뤄진 올해산 마늘은 잦은 비 날씨 등으로 인해 2차 생장, 이른바 벌마늘 피해가 생기면서 예년보다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벌마늘을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채소가격안정제 가입 물량, 즉 계약재배 농가만을 대상으로 벌마늘 수매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강창규/대정농협 유통센터 과장 : "수매하면서 벌마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안 썼거든요. 근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40~50%가 벌마늘이 많이 발생하다 보니까, 지금 검사하는 데도 벌마늘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정 지역 계약재배 마늘 농가는 전체의 46%뿐.
지역 농협에서 사들이지 못한 비상품 마늘이 헐값 포전 거래로 유통될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강성방/대정농협 조합장 : "시중에 유통되게 되면은 우리 햇마늘 가격이 정말 상당하게 가격 하락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가격 하락 요인을, 빠른 시일 내에 도에서 수매 자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지역 농가에서 제주도에 비계약 농가 벌마늘 수매 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제주도 역시 마늘 농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원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민소영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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