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 떠나면 자격없다” 호소한 폐암환우회장 별세

안준용 기자 2024. 5. 2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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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의료 파행 상황에서 수많은 암 환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달라고 했다. /고운호 기자

이건주(78) 한국폐암환우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했다. 이 회장은 2001년 위암 진단에 이어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아 20여 년간 암 환자로 투병했다. 2020년엔 폐암환우회를 만들었다. 올해 3월 경기도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마지막 치료를 받고 지난달 퇴원했다.

그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의정 갈등으로 벌어진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의사들이 환자들을 떠나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의사 자격이 없다” “환자 목숨을 담보로 자신들 주장을 관철하려는 의료계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2000명 증원을 고집하지 말고 유연한 태도로 의료계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지금 가장 고통받고 있는 환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은 며칠 만에 병세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의료 파행 상황에서 수많은 암 환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마지막으로 남긴 블로그 글에서 “깨어보니 사라졌다가 말 없이 홀로 돌아온 침대, 4인실 방에서 5번째이니… 새로 맞는 아침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내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퇴원해 스스로 판단을 하고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삶의 가냘픈 끈을 붙잡고는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신화월씨와 아들 이영준씨, 딸 이선영씨가 있다. 빈소는 김포 아너스힐 병원, 발인은 22일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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