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헬기 추락 원인 악천후 무게…"안개에 눈도 내려"(종합)
美정보당국도 '암살 시도 아니다' 파악…일각서 음모론도 고개
이스라엘 언론 연루 부인…사고원인 규명 상황 따라 논란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이도연 기자 =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불의의 헬기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그 사고 원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란 국영 언론과 이란 정부 관계자 등은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20일 러시아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알리레자 사네이 주벨라루스 이란 대사는 이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기자들에게 해당 헬리콥터가 악천후 때문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사네이 대사는 "불행하게도 우리 대통령이 탄 헬기가 악천후 탓에 비상 착륙했다"며 "짙은 안개가 있었고 눈까지 내려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았고 산악 지형이라 접근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네이는 특별 위원회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힐 것이라면서 이 위원회는 기술적 결함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란 국영 TV, IRNA 통신 등 현지 언론도 비와 짙은 안개 등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전하며 사고지역의 산세가 험하고 눈보라 등 악조건이 겹쳐 수색이 난항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 NBC방송, AP통신 등 서방 언론도 사고 원인으로 악천후를 꼽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비행 도중 비가 내리고 안개가 심하게 껴 시야가 겨우 몇m 앞밖에 확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악천후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대도 현장에 헬기로 접근할 수 없어 도보로 이동해야 했으며, 드론도 사고 현장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내부의 적이나 이스라엘을 배후로 의심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테헤란의 도살자'라고도 불린 라이시 대통령은 온건파부터 강경 보수파 동료들까지 자국 내에서도 적들이 많았으며 이 때문에 국내의 적들이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이란의 '앙숙'인 이스라엘의 관련성 여부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모하마드 레자 자헤디 등을 암살하고 이에 대해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가하면서 정면충돌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도 이란의 저명한 핵 과학자 등 오랜 적들을 암살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이 아직 국가원수를 암살하는 수준까지는 간 적이 없었고, 전쟁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대통령 암살을 도모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일 수 있다며 이스라엘 개입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 사고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Ynet)도 소식통을 인용해 헬기 추락 사고와 자국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 정보당국도 암살 시도 등 타살 시도의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BC방송에 따르면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정보당국이 "헬기 추락과 관련해 타살(foul play)의 증거는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추가적인 조사는 필요하겠지만 당시 북서부 이란의 기상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로 추정된다"면서 "헬기의 위치를 찾기 위한 수색이 지속되고 있고,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후 조사 내용 등에 따라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며 세력 간 충돌의 소재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사네이 대사는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한 국가 최고급 지도자들의 사망이 이란 내 정치적 불안정을 불러올지 우려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런 일은 없다"며 이란이 외교 정책을 바꾸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벨라루스 공화국을 포함한 우리의 파트너들과 다른 국가와의 협력 관계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모든 계획을 유지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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