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라이칭더 “중국과 대등한 관계로 현상 유지…협력 희망”

박은하 기자 2024. 5. 2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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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취임 “중, 무력침공 포기 안 해…환상 품지 말아야”
‘중화민국’ 국호 사용…“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와 연대”
퇴임하는 차이잉원과 함께 손인사 라이칭더 대만 신임 총통(오른쪽)이 20일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열린 취임식 중 퇴임하는 차이잉원 총통과 함께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제16대 대만 총통에 취임한 라이칭더는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현상 유지와 안정을 계속 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 무력침공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경계하면서도 중국과 대만이 대등하게 교류·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대만의 민주적 성취와 중국의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허용하고 코로나19 방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언급하며 “대만은 세계 민주주의 사슬의 하이라이트”이며 “영광스러운 대만 민주주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계속해서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행동과 회색지대 전술을 사용한 강압 역시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간주된다”면서 “대만해협의 미래는 세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대만의 민주화를 떠맡을 우리는 평화의 조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네 가지 견지’를 계승하면서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고 현상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네 가지 견지’란 전임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 관계 원칙이다. ‘자유·민주 헌정 체제’ ‘대만과 중국의 상호 불예속’ ‘주권 침범·병탄 불허’ ‘대만의 앞날을 영원히 견지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라이 총통은 대만의 공식 명칭인 ‘중화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양안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중화민국(대만)의 존재를 직시하고 중화민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성의를 보여 호혜와 존엄의 원칙에 따라 민주적으로 선출된 합법적인 대만 정부에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결을 대화와 협력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만에 오는 관광과 학생 교류를 다시 시작하고 평화와 공동 번영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현재 대륙 관광객 방문을 제한하고 있는데 개방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화를 추구하는 이상을 갖고 있지만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아직 대만 침공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이 총통은 또 “국방을 강화하고 경제안보를 구축하며 전쟁을 피하고 억지력을 성취하기 위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에는 세계가 필요하고 세계에는 대만이 필요하다”며 대만을 ‘인공지능의 섬’으로 만들고 혁신 중심의 경제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식에는 50여개국 약 500명의 사절단이 참석했다. 미국은 브라이언 디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비롯해 주로 전직 관료들로 이뤄진 대표단이, 일본은 30여명의 현직 의원이 각각 방문했다. 한국은 별도의 대표단 없이 이은호 주대만대표부 대표와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라이 총통의 취임을 환영하며 “대만 국민이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 체제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준 데 대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분리주의자 라이가 대만 총통에 취임했다”며 “중국 본토는 분리주의를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압력을 유지할 것이며, 잠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군사적·법적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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