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중이라 ‘채 상병 특검법 반대’한다는 국민의힘…추경호, ‘대장동’ 땐 수사 시작도 전에 “특검”
“야당만 특검 추천해 불공정”
공정성 위해 여당 배제 전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 여야 합의가 안 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법 반대를 위해 국민의힘이 내놓은 주장은 대체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과거 언행과는 배치됐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반대 이유 4가지를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먼저 “채 상병 사건은 경찰과 공수처, 두 개의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사안”이라며 “수사기관 수사를 지켜본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3년 전 국민의힘, 추 원내대표 본인의 언행과 배치된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21년 9월23일 대장동 특검법을 의원 107명 명의로 공동발의했다. 당시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검찰은 특검법이 발의된 다음날인 9월24일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권순일 전 대법관이 고발된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대장동 의혹 특별수사팀을 꾸린 것은 4일 뒤인 9월28일이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지난해 8월 수사를 시작해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추 원내대표는 대선을 두 달 앞둔 2022년 1월1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로 한창 수사가 진행 중이던 대장동 의혹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당시 그는 “국민은 피의자를 비호하고 결국 소환에 협조하지 않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특검을 발족해 수사하면 20~30일 만에라도 큰 가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우리 당이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중인 사안을 특검 하자고 했을 때 (대응) 논리가 검찰이나 경찰 인사를 전부 대통령이 임명하고 심복들이 가 있는데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며 “2~3년 전 우리가 주장했던 내용과 논리를 우리가 뒤집어쓰는 것”이라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특검 반대 이유 두 번째로 “그동안 총 13번의 특검 중 12번이 여야 합의로 실시됐다. 이번처럼 여야 합의 없이 일방 추진된 전례가 없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 주장과 달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법은 1999년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 특검’부터 2022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특검’까지 총 14건으로 이 중 3건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고 1건은 여당이 없는 상황에서 거대양당의 합의로 통과됐다. BBK 특검뿐 아니라 2003년 대북송금 특검, 2020년 세월호 특검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는 특검 추천 절차도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변호사협회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골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며 “특정 정당이 추천하는 방식으로는법의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특검 공정성을 위해 여당을 추천에서 배제한 특검법 전례들이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은 당시 집권여당이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을 각각 배제했다.
추 원내대표의 네 번째 반대 이유는 특검법의 대국민 보고 규정이다. 그는 “특검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사실상 피의사실이 공개돼 인권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과거 특검팀으로 참여했던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도 수사상황 브리핑 조항이 있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7일 C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이 수사할 때는 브리핑을 하게 해서 즐겼고 지금은 자기와 또는 자기 친·인척, 채 상병 문제 관련해서 브리핑을 못하게 한다. 진짜 ‘윤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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