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벽면, 색채의 파편… 현상 그 너머 본질을 보다 [박미란의 속닥이는 그림들]
독일에 터전 잡고 한국 오가며 활동
동양 수묵화 농담·서구 낭만주의 조화
구체적 형상 화풍, 점차 기하학적 변모
단순 점·선·면이 주는 균형·색채 서정성
관조적 시선으로 인간·자연 연결성 성찰
◆샌정의 추상, 언어적 세계 너머 본질을 향해
유사한 시기 서울 서소문동 일우스페이스에서 진행된 샌정의 또 다른 개인전 ‘경이로운 사각’(2024.04.11-05.12)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작품 40여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자리다. ‘무제’(2022) 등 2020년대의 근작 화면은 주로 옅은 회색조의 배경 공간 안에 떠오르는 색채의 파편을 선보인다. 색을 품은 획은 때로 아이의 순수한 낙서처럼, 때로 무엇이 스쳐 간 흔적이나 일종의 상흔처럼 은회색 공기를 비집고 자신의 모습을 내보인다.
회색조의 화면은 독일의 잿빛 하늘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먹이 스민 한국의 수묵화를 닮았다. 전시를 기획한 맹지영(47) 큐레이터의 글에 따르면 “매 순간 달라지는 빛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명암은 그림 안에서 사라지고 드러나면서 특유의 대기감을 형성”한다. 다양한 색채 및 농담의 획들이 그 대기를 부유하며 한데 모여 기하학적 도형의 형상을 이루었다가 다시 흩어져 형태 모호한 선과 면으로서 소분되기를 반복한다.
“색을 가진 영역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색조의 분위기 안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마치 분명하게 자리를 표시하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릴 것처럼 되도록 확실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었다.” 화폭 안에서 율동을 일으키는 획의 형상들은 주로 스스로 중심이 되어 화면을 주도해 왔는데, 2021년 경을 기점 삼아 배경과 획의 거리가 점진적으로 좁혀진다. 즉 둘은 각각 중심과 주변의 우열관계에서 벗어나 대등한 구성요소로서 상호작용하며 전체 화면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맹지영의 표현을 빌리면 샌정의 근작에서 목격되는 무게감은 “마치 수분을 머금은 종이의 묵직함과 같으면서도 결코 경쾌하면서 가벼운 리듬을 잃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탐색하는 몸짓으로서의 회화는 보다 근원적인 형태를 향하여, 더욱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위하여 정진해 나간다. 몸의 움직임과 회화의 물성이 닿을 수 있는 규모 내에서 사각의 캔버스는 저마다 고유한 우주가 된다. 순간의 표현을 위하여 기다란 이해와 고민의 과정이 필요한 탓에 샌정의 작업 과정은 그리기보다 바라봄의 시간에 큰 비중을 둔다. 모든 현상은 언제나 무척 지연된 시간 끝에서야 비로소 발생하는 법이기에 그렇다.
박미란 큐레이터, 미술이론 및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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