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널리 퍼지게”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신생 ‘경찰 봉사단’이 출동합니다
지난해 7명으로 시작, 31명 동참
홀몸 어르신 등에 ‘한 끼 대접’
별도 후원 없이 사비 모아 활동
“다음 목표, 영정도 찍어드릴 것”
“어르신들 천천히,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지난 18일 오후 4시 경기 수원시 매탄공원 앞에 백발의 어르신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선 밥차 트럭에서는 ‘POLICE’(경찰)라고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경찰관으로 구성된 봉사단인 ‘가든버런티어’ 소속 경찰들로 이날 첫번째 밥차 배식 봉사에 나선 참이었다.
이날의 메뉴는 장각탕과 녹두찰밥, 수박화채, 알배추 겉절이, 오이고추 된장무침. 다양한 반찬을 식판 가득 담은 어르신들은 따로 마련된 테이블에서 즐겁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갔다.
지난해 10월 처음 만들어진 가든버런티어는 경기남부경찰청 관할 지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경찰관 봉사단이다. 가든버런티어는 푸른색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는 가든(Garden)과 자원봉사(Volunteer)를 합친 말이다.
처음에는 7명이 시작했지만 현재는 31명으로 늘었다. 소속은 경기남부청, 수원서부·남부서, 안산상록서, 부천오정서 등으로,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가든버런티어는 앞서 매탄1~4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지역 내 기초생활 수급·홀몸 어르신 160명을 추천받았다.
지인과 함께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총 250명분을 준비했고, 실제 240명이 식사를 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경찰관 12명은 식재료 구매부터 배식까지 외부 도움 없이 직접 챙겼다.
가든버런티어는 이날 밥차 봉사활동 외에도 수원지역의 홀몸 어르신, 노숙인 등 취약 계층 대상으로 떡과 도시락 등을 만들어서 매달 1회씩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에는 연탄봉사도 실시한다. 지난 18일 진행한 밥차 봉사는 그동안의 활동을 근거로 해 수원자원봉사센터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진행하게 됐다.
가든버런티어가 주로 음식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한국이 잘사는 국가의 반열에 올랐음에도 아직까지 한 끼도 챙겨 먹기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봉사단 경찰관들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다.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소외계층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느꼈고 직접적인 자원봉사 활동의 참여로 이어졌다고 한다. 아직 제대로 된 후원이나 지원이 없어 회원들이 사비까지 써가며 봉사하는 상황이지만, 모두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다음 목표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영정사진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김정원 가든버런티어 단장(수원서부경찰서 경사)은 “현장에서 만나는 홀몸 어르신들의 신분증을 보면 아직까지 20대 사진을 쓰고 계시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며 “제대로 된 영정사진 한 장이라도 남길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김 단장은 “최근 경찰관의 비위 소식이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며 시민들로부터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시민들을 위해 일터에서도, 휴일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경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신생 봉사단이기에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면서도 “경찰 봉사단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 더 많은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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