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랑에 빚진 자”…정년 앞두고 세상 떠난 공무원 퇴직연금 ‘모교 장학금’으로
30여년간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사무관의 퇴직연금이 모교 장학금으로 기탁된 사연이 알려졌다.
20일 송파구에 따르면 32년간 구청에서 근무한 조희재 사무관이 정년을 앞둔 지난해 2월 공로연수 기간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배우자와 자녀 등 공무원연금법상 연금수급권자가 없는 조 사무관의 퇴직연금은 지급할 수 없었다.
이에 송파구는 유족 측에 ‘퇴직연금 특례급여 제도’를 안내했다고 한다. 사망한 공무원에게 급여 수급대상 유족이 없는 경우 이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지자체장 등 연금취급 기관장에게 지급하고 장학재단 설립 등 기념사업에 이용하거나 사망 전 요양비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생전 뜻을 받들어 모교인 경북 상주고에 장학금 기탁 의사를 밝혔다. 생전 고인은 “본인은 사랑에 빚진 자”라고 이야기하며 모교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송파구는 상주고와 협의한 끝에 퇴직연금 특례급여 1억8000만원을 기금으로 ‘조희재 장학금’을 신설했다. 장학금은 조희재 웃음꽃 장학금, 조희재 문예 특별상, 조희재 특별장학금으로 나뉘어 연간 총 8명의 학생에게 20여년 동안 수여될 예정이다. 유가족은 “생전 고인은 퇴직하면 자랑스러운 모교를 꼭 방문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끝내 방문하지 못했다”며 “장학금으로 인재 양성을 도와 고인의 뜻을 오랫동안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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