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해외직구 금지' 사과…정부, 실력 드러났다
14개 부처 모였는데 정책 난맥…여론 수렴도 부재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정부가 발표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논란이 잇따른 해명에도 사그라지지 않자 결국 대통령실이 나서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사과 메시지를 내놨다.
부처 간 벽 허물기로 10곳이 넘는 부처가 달라붙었던 사안이 국민적 반발만 불러오는 결과를 낳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하는 정부'의 정책 역량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최근 해외 직구와 관련한 정부 대책 발표로 국민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국민 안전을 위한 조처라고 해도 소비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국민적 불편을 초래한 점과 정책 실행 계획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점 등 두 가지가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해외 직구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인증 도입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앞서 전날 실무 책임자였던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지만,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재차 사과했다.
대통령실이 정책 수립과 발표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국정에 관한 모든 책임은 결국 용산 대통령실에 있는 만큼 이례적으로 정책 컨트롤 타워인 정책실장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해외 직구 소비자 안전강화 대책은 국조실이 주관하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에서 준비했다. 국무2차장이 TF 팀장이다.
용산은 TF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번에 나온 대책은 윤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스1과 한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국민이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즉각 수정하고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정책 사전 검토 강화 △당정협의를 포함한 국민 의견수렴 강화 △정책 설명 강화 △정책 리스크 관리 시스템 재점검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처 실책으로 해외 직구 금지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당황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올해 초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등 소위 C-커머스(중국과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E-커머스를 합친 말)가 국내에 상륙하며 해외 직구가 급증했을 때도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잘못 건들면 안 된다"며 신중함을 기울였다고 한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일부 해외 직구 제품이 있지만 섣불리 금지 카드를 꺼냈다가는 소비자 접근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역풍이 불 수 있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해외 직구 KC 인증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내놨을 때도 대통령실은 국조실에 경고 사인을 보내며 수습책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조실은 17일 늦은 오후 보도참고자료로 6월 중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차단한다며 해외 직구 금지가 아니라고 해명했을 뿐 상세한 설명은 이틀 뒤 일요일인 19일에야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이마저도 해외 직구 금지를 철회하겠다는 것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참패 후 민생을 더 가까이에서 챙기겠다며 쇄신에 나선 중에 논란이 터지면서 상처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내세운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하는 정부'라는 국정 기조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선 공약까지 뒤집으면서 민정수석을 신설하는 등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부처에서 민심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대책을 내놓으며 점수를 까먹게 됐다.
국조실이 산업부 등 14개 부처가 참여하는 TF를 꾸려 3월부터 대책을 만들어 왔지만 여론 수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겠다는 국정 운영 기조도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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