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시 급사로 가자 전쟁이 다시 '확전 우려'될 가능성은 낮아

김재영 기자 2024. 5. 20.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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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19일 오후 헬리콥터 추락사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제일의 강적이라는 사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 전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20일로 227일 째가 되는 가자 전쟁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에도 라파 총공격을 할 것인가와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정전' 성격의 2차 휴전 협상에 타협할 것인가가 현재 국면의 초점이 되어 있다.

이란 라이시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으로 이런 가자 전쟁의 큰 흐름이 갑자가 방향을 틀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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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AP/뉴시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021년 8월5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라이시 대통령은 19일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에서 헬기로 이동 중 추락 사망했다. 2024.05.20.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이란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19일 오후 헬리콥터 추락사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공연한 제일의 강적이라는 사실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 전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20일로 227일 째가 되는 가자 전쟁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에도 라파 총공격을 할 것인가와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정전' 성격의 2차 휴전 협상에 타협할 것인가가 현재 국면의 초점이 되어 있다.

성급하게 볼 수 있지만 가자 전쟁은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라파 총공격이 실행되어 감소 안정세의 사망자가 급증하겠으나 어쩌면 이로 해서 초점이 전쟁이 아니라 '전후'로 보다 급속하게 바뀔 수 있다.

그리고 1월 말부터 4개월 가까이 중단과 속개를 계속하고 있는 이번 휴전 협상은 지난해 11월 말의 1차 일시휴전과 성격이 다른 종전의 토대를 이루는 본격 휴전 성격이기 때문에 지진부진하면서도 결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자 보건부 집계의 전쟁관련 일일 사망자 수는 이스라엘이 라파 총공세 방침을 공언한 1월 이후 초반 보복공습 때의 3분의 1도 안 되는 100명 밑으로 떨어졌고 최근 두 달 동안 평균 50명 대에 그치고 있다.

이란 라이시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으로 이런 가자 전쟁의 큰 흐름이 갑자가 방향을 틀 것 같지는 않다. 라이시가 이란의 실질적 우두머리가 아니라는 점과 돌연사의 원인이 악천후의 불가항력적 자연성에 있고 암살 같은 정치적 인사 사안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점에서 파장의 크기가 제한된다.

그러나 이란이 이스라엘이 가장 경계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는 대적 중 대적이라는 사실은 이런 제한의 둑을 쉽게 허물어버릴 소지가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싸우고 있는 가자 전쟁의 최대 외부 요소는 미국과 이란이다. 전쟁이 터졌을 때 미국의 급선무는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었고 이때 이란이 확전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자 전쟁은 미국의 노력과 이란의 판단으로 확전되지 않고 가자 국지전으로 묶여졌다.

4월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내 이란 영사관 공습으로 장성 2명 등 7명이 폭사했을 때 확전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4월13일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130여 개를 실속보다는 과시적으로 발사하는 선에서 확전의 의지를 접었다. 이란 발사체는 90%가 이스라엘 땅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엿새 뒤 무늬만의 보복 공격 시늉을 내는 것으로 끝냈다.

이런 이란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라이시의 죽음으로 이란에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기라도 한다면 표변해서 금새 사라질 수 있다. 가자 전쟁에의 적극적 개입이 내부 불안 해결에 효과적인 도구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내부 불만이 위험하게 잠재되어 있고 악압되어 있는 나라 중 하나다. 4년 전 유류가격 급격 인상에 전국 각지에서 소요가 발생해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회교 신정 체제에 충성하던 계층과 지역에서 다발해 정부의 허를 찔렀다. 2년 전 윤리경찰의 히잡 등 복장규율 단속에 22세의 여대생이 고문치사 당한 뒤 체제 비판과 저항 시위가 비판적 성향 그룹에 한정되지 않고 연일 터져나와 이때도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추락사로 해서 행여 이같이 잠재되어 있는 정부 비판과 불만의 민심이 깨어나지 않도록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온갖 수단을 다 쓸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계기로 해서 불만이 표출되고 이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렵게 되면 '확전 우려'보다 '전후 가자'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가자 전쟁도 다시 '확전'이 이슈가 되는 상황으로 급변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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